미국 57대 대통령 취임식 중 연단에서 안내가 한참 진행 중인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 가족, 주변의 많은 귀빈들까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의 TV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오늘날 가족들이 모인 식탁에서, 길거리에서, 심지어 어느 세미나에서도 흔히 목도하는 광경이다. 혹자는 개탄스러움을 표현하고, 또 다른 이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피할 수 없는 고독한 인간 군상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디지털 세상은 우리네 일상의 모든 문화와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으며, 아날로그형 인간들이 바라보는 걱정과 디지털형 인간의 미래를 향한 성급한 기대가 상충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다.
  모든 사물을 디지털화하며 급변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막연한 위기감에 빠져들곤 한다. 어느 날 꿈에 필자는 전파를 읽어내는 안경을 쓰고 사람이 많이 군집한 장소를 바라보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여러 색상의 선들에 사람들의 손을 매달고 있는 형상이 마치 커다란 거미의 먹잇감처럼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받쳐 든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며, 건물 외벽을 휘어감은 여러 색상의 전파에 에워 쌓여 기계의 노예처럼 일하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럼에도 새날은 밝아오고, 이내 아름답고 위대한 디지털 세상의 혜택에 감사해 하며 새롭고 빠르고, 더 강력한 기능을 갈구하는 소리가 지구 구석구석에서 소원하고 있음을 본다.
  자고나면 새로운 첨단 기술이 발표되고, 끊임없이 인간의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기술들이 넘쳐남으로 인하여 아날로그 인간이 디지털 데이터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디지털형 인간이라고 하며, 그들은 인터넷 망에 열려있는 데이터들을 소비하며 기생하듯 살아간다. 결국 디지털형 인간은 스마트폰이라는 지능형 단말기를 통하여 디지털 세상의 다양한 객체들과 소통하며 존재를 확인받는다. 여기에는 아날로그적 생각이나, 물리적 움직임 없이 더욱 위대하고 강한 자신의 존재를 키워 나간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엄청난 충돌과 갈등으로 만연해있다. 필자는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디지털형 인간과 아날로그형 인간의 충돌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나이나 지위나 권력 및 재력에 따른 수직적 사고의 아날로그형 인간을 비판하는 디지털형 인간의 반격은 때론 정확하고 빠르고 위협적이지만,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이기도 하다.
  현재 지구상에는 적어도 100년의 시차를 둔 문화, 즉 고도의 디지털 문화와 원시의 아날로그적 문화가 혼재되어 살아가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보는 듯 하며, 문화가 극단적으로 다른 사회이다. 한 나라에서도 또한 한 가정에서도 엄연히 서로 다른 문화가 혼재해 있다. 우리나라로 볼 때, 1980년을 기점으로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문화와 이전에 태어난 아날로그 문화로 경계 짓는다면, 평균 수명을 감안하여 향후 60년간은 함께 살아가야할 문화이다. 디지털 화장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디지털의 지식과 아날로그적 지혜가 만들어 가는 세상은 소통과 화합이며 세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성 회복이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는 스마트폰의 터치화면에서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지성인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주만(IT응용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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