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나이 20살. 이번 해에 큰일이 많았다. 사회적으로가 아닌 나에게 큰일 말이다.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고등학교라는 조그마한 집단에서 큰 곳으로 옮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옮겨졌다. 그 이유는 아마 ‘누구나 대학은 가야지’라는 보편적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들 나와 똑같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성인이 되었다는 책임이 갑자기 등에 붙어서인지, 미묘하게 다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다들 친한 척도 자연스럽다. 평소 꾸밈없이 사람을 대했던 나로서, 친해질 기회가 적은 속에서 직접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그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입학 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착잡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곳, 300여 명이 한 학년인 기계공학부는 규모상 선후배와의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학과 동아리 외에는 교류가 없다). 또한, 다른 학과들과는 다른 ‘학부’이기에 졸업하기 전까지 동기와 이름도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더욱이 대부분이 남학생이라, 여학생인 나는 더욱 이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40여 명이 하나의 분반으로 함께 수업하며 지내긴 하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없다. ‘연결고리’가 없다. 기계공학부의 건배사(너와 나의 연결 고리!)와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모든 대학생들이 나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고등학교 3년간, 아니 대학생을 꿈꾸고 어른이 되기를 꿈꾸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10여 년간 지녀왔던 환상과 많이 다르다. 전공공부도 그렇다.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났고, 지금은 중간고사를 앞두기까지 했는데도 전공과목이 많이 낯설다. 뭐 다년간 전공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전공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 상황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 낯을 가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공부에도 낯을 가리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되다보니, 그에 따라 자연스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이걸까. 다들 전공수업과 흥미가 일치해서, 그게 동기부여가 돼서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의심스럽다. 나만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고 요즈음 마음이 싱숭생숭할 뿐이다.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도, 그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데, 마음이 심오해지기만 한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저마다 자신의 힘든 점을 늘어놓는다.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많이 ‘힘들구나!’라고 느낀다. 근데 이게 참 이상하다. 왜 다들 현재가 힘들고 과거는 항상 즐겁고 좋았을까. 나 또한 그렇다. 이때까지 힘들다는 말만 수차례 늘어놓지 않았던가. 힘든 건 맞는데, 미래에 얼마나 힘이 더 들까 두렵기도 하다.
  오늘 아침, 어느 야구선수가 노히트노런 기록을 달성했는지 기사가 끊이질 않는다. 그 선수의 저력이 칭송받고 있다. 부럽다. 내가 잘하는 것을 잘해서 칭송받을 수 있을까. 스포츠 기사에서도 생각이 심오해지는 나를 보며 오늘도 내가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이 조촐한 나의 푸념을 읽고서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김민지(기계공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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