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주(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참으로 흥미로운 국가다. 그 면적으로 보나 인구규모로 보나 절대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내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95%가 국내기술의 완제품 자동차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적어도 아시아 내에서 그런 나라는 없다. 우주기지를 확보하고 거기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도 한다. 세계최대의 백화점이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열었다. 뉴욕 맨하튼의 매시(Macy) 백화점이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여전히 세계최대 백화점 플랜카드를 멋들어지게 내걸고 있지만 이미 세계의 기록은 대한민국 유통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는 역사적인 타이틀로 남게 된 G7 대신 G20가 세계무대의 주도적 그룹으로 나설 것이라 하면서 올해는 그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단다. 쇼트트랙 외에는 무슨 종목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동계올림픽에서 때 아닌 메달소식에 ‘체력이 국력이다’라는 개발연대 구호를 새삼 떠올리며 국민들은 새벽잠 설쳐가며 티브이 앞에 모여들고 있다. 지나치게 외형적 경쟁에 올인하려는 성향만 아니라면 우리의 저력은 실로 G20가 아니라 G10도 5년 내 거뜬히 해 치우고도 남음직하다.


  부산대학교는 그런 우리나라 제2의 도시에 있는 제2의 국립대학교이다. 캠퍼스도 확장일로를 걸으면서 이제는 기존의 부산의 장전캠퍼스와 양산, 밀양 캠퍼스가 더해져 명실 공히 지역 내 거점 대학으로서 미합중국 여느 대학을 닮아가고 있고, 나아가 권내 여타 다른 국립대학교와의 통합 움직임에 대한 논의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참으로 거대 대학교의 탄생을 목도할 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그런 대학교에서 방학이라고 식당은 평소에 7시까지 하던 것을 앞당겨 6시 30분까지 저녁을 제공한다고 하여 6시 35분에 헐레벌떡 도착하여 내미는 한 교수의 식권을 애써 외면한다. 밥 한 그릇 못 얻어먹고 의기소침하여 연구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일찌감치 책가방 싸들고 어디로 가서 쓴 소주한잔 기울이며 주린 배를 채우고 싶을 심정일 뿐이다. 아무리 추워도 9시에 난방이 시작되고 6시 되면 끈다. 교수 개인별로 난방시설을 갖추고 있거나 말거나 중앙 통제실에서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정확하게 맞추어 모든 시스템이 돌아간다. 화장실 전체는 난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한 겨울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볼일을 볼랴  치면 푸세식 변소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우리네 선조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그래도 ‘호강한다, 호강한다, 호강한다.’를 세 번 외치게 된다. 겨우 볼일 보고 나와서 손을 씻으랴 치면 손가락이 갈라질 것처럼 시려서 손가락 끝부분만 겨우 물 칠하고 휴지로 닦는다. 신종플루에 안 걸린 것은 실로 마늘 덕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 저녁 시간 놓쳐 ‘어디 가서 한 끼 때우나’ 주린 배 움켜잡고 열려있는 출입구 찾아 헤매는 교수의 시니컬한 자기최면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고자 애쓰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메아리치는 그 날을 나는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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