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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까지 손대는 교육부, 대학가는 성적 제도 개편 중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5.04.11 22:43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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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인플레이션’은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학점 인플레이션이란 대학이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학생의 학점과 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면서 교육부 차원의 성적 부여 제도에 대한 관리가 시작됐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평가지표에 ‘엄정한 성적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의 적절성’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많은 대학들이 성적 부여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너도나도 A’
  몇몇 대학의 경우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의 75.8%, 서울대학교 졸업생의 61.7%가 졸업평점으로 A학점 이상을 받았다. 경찰대학의 경우 졸업자들의 수강과목 중 D학점 이하의 성적을 받은 과목은 0.43%에 불과했다.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은 취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송혜윤 연구원은 “타 대학 졸업생이 높은 학점으로 취업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우리학교 학생이 밀려날 순 없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영호(신문방송) 교수는 “다양한 지적 경험을 통해서 지능을 계발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 학점”이라며 “지금은 학점이 스펙 경쟁 대상의 하나로 변질되면서 학생들이 학점에 집착하고 교수는 높은 학점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학년도 수도권 대학 졸업생 A학점 비율>

가장 큰 문제는 신뢰도 저하
  높은 학점을 받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점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철순(정치외교) 교수는 “학생들의 학점은 높지만 실력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학점과 대학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점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스펙 경쟁의 심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학점에 대한 인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기업에서는 오히려 다른 스펙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요구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현행 성적 부여 제도로 인해 고등교육의 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의 적절성’을 포함했다. 교육부는 이 지표를 통해 △합리적인 성적 부여의 기준 △재수강 기준 △학사경고 부여 등을 평가한다. 교육부 대학평가과 김홍오 씨는 “학생의 학업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항목”이라며 “대학의 질을 제고하는 것에 취지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별 성적 부여 기준 개편 현황>

대학가는 학점 다이어트 중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성적 부여 제도에 관한 지표가 포함되면서, 대학들은 성적 관리 기준을 개편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재수강 기준의 강화다. 중앙대학교는 내년 신입생부터 F학점을 받은 과목에 한해서만 재수강을 허용하며 횟수는 3회로 제한한다. 재수강 과목의 학점은 최대 B+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도 올해부터 재수강 과목에 대한 성적 제한을 A0에서 B+로 바꿨다. 서울대학교 역시 올해부터 재수강 시 받을 수 있는 최대 학점을 A+에서 A0로 변경했다. 서강대학교는 한 학기에 재수강 가능한 과목을 두 과목에서 한 과목으로 축소했다.
  학점 비율에 관한 기준을 강화하는 대학도 있다. 동국대학교와 한양대학교는 A학점 비율을 축소했다. 경희대학교는 지난해 말 강의 당 성적 평균을 3.0 이내로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교수들에게 제시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을 사면서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절대평가로 진행하던 수업들을 상대평가로 전환한 대학들도 있다. 특히 한국외대는 교직과목을 제외한 모든 학부 수업을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성적 부여 기준이 엄격한 우리학교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진행되던 원어강의를 상대평가로 전환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우리학교의 성적 평가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수강인원과 강의의 특수성에 따라 준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가능하다. 상대평가의 경우 A학점 비율은 전체의 30%를, A학점과 B학점을 합친 비율은 전체의 70%를 넘을 수 없으며 재수강 과목의 성적은 최대 B+로 제한돼있다.

교육부 주도의 성적 개편, 우려의 목소리 높아
  한편, 성적 부여 기준의 개편이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별·학과별·전공별·학문별 특성을 감안해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과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시행하는 기계적인 성적 관리는 대학의 근본적인 목적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송혜윤 연구원 역시 “교육부의 방침으로 인한 개편 과정이 마치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듯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대학이 기업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자립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적 부여와 관련된 제도의 운영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철순 교수는 “학점은 교수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눈치에 의해서가 아닌 교수 스스로가 공정하게 성적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점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 부여 기준의 개편으로 상대평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임영호 교수는 “과목의 특성에 따라 상대평가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이를 강제적으로 조치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유진 기자  yj1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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