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영화 <조류인간>

 
  사람이 하늘을 날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는 끝없는 노력과 실패 속에서 결국 비행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사람이 새가 되어 하늘을 날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 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다. 새가 되어 하늘을 날기 위해 그들은 몇 년째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조류인간>은 15년간 사라진 아내 한비(정한비 분)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정석(김정석 분)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다. 정석의 아내 한비는 15년 전 어디론가 떠났다. 남편 정석은 아내의 행방을 모른 채 계속 그를 찾아 헤매지만 정석은 한비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석에게 소연(소이 분)이란 여자가 다가온다. 그는 아내를 찾는 과정에 대해 쓴 정석의 책을 읽고 자신이 같이 찾아주겠다고 말한다. 정석은 잠깐 의심을 했지만 결국 소연과 함께 아내를 찾기 시작한다. 소연을 만난 후, 지난 15년간 얻은 것에 비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자신과 비슷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에게서 뜻밖의 인물을 들을 수 있었다. 은호(성홍일 분), 사이비 종교인이자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해준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엄마나 아내 등 사라진 가족들이 모두 은호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들은 정석과 소연은 점점 결말로 다다르게 된다.
  <조류인간>은 신연식 감독의 전작 영화 <러시안 소설> 속 주인공 ‘신효’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노래로 관객에게 ‘본다’기 보다 ‘읽는다’는 느낌을 실어준다. 작품은 관객에게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석이 왜 아내를 떠나보냈는지, 이후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지도 않는다. 너무나 달라져버린 아내를 본 정석이 그녀를 떠나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될 뿐이다.
  왜 정석은 아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을까.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모습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내가 떠나기 전, 정석은 어린 딸이 곁에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고 아내의 질문엔 헛웃음을 치는 등 가족에게 무관심했다. 하지만 아내의 행방을 찾으며 여러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석은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내에 대해 사실은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내가 떠났던 이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시간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찾아 눈을 마주친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이해하는 눈빛을 보낼 뿐이다. 

  극 중 은호는 수술을 받으러 온 이에게 “행복하기 위해서 수술을 받는 것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수술을 받는다고 그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수술을 받아 새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오직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다. 자신을 찾기 위해 15년 동안 알 속에서 지낸 한비는 과연 행복했을까. 우린 그저 그녀가 알을 깨내고 나왔다는 것에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의 숨은 날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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