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순이 고모가 그녀의 엄마에게 쓴 편지의 한 부분이다. 소설 전체를 설명해주는 이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이 고모의 편지와 번갈아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녀의 조카인 은미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은미는 기자를 꿈꾸지만 입사 시험에서 몇 차례 낙방해 백수로 지내며 매일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결국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한 은미는 할머니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는다. 십오 년 전 미국으로 떠난 후 우주 비행사가 된 고모를 만나고 오라는 것이다.
  은미는 미국에서 고모를 만나, 한국을 떠난 후 고모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결혼 생활은 실패했고,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우주비행에 참여하기 위해 치렀던 시험과 훈련, 그리고 달 여행을 이야기한 편지 내용은 모두 지어낸 것이었다. 실상 고모가 우주빌딩에서 낸 직원 채용 공고를 보고 찾아간 곳에서 하게 된 것은 기념품이나 샌드위치를 파는 일이었다.
  그간 고모가 거짓으로 써서 보낸 편지에는 우주비행사의 생활을 누가 봐도 믿을 만큼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그만큼 달을 간절하게 바랐으리라. 그러나 고모가 살게 된 삶은 그녀가 꿈꿨던 밝고 빛나는 달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이면의 어두운 ‘달의 바다’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절망을 겪지만 결국 그 선택을 긍정한다. 이는 그녀가 쓴 편지에서도 드러난다.
  “우주에 다녀온 뒤 다음 비행을 포기했던 비행사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죠. 그건 인간만이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기 때문일 거예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인생이죠.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이 무엇 하나 동물보다 나을 것이 있겠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은미도 자신의 달에서 한걸음 물러선다. 자신은 한 번도 기사를 쓰는 일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시험에 붙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곤 할아버지가 강요했던 대로 할아버지의 갈비집에 출근하기 시작한다. 불판을 잘 간다는 칭찬을 듣고, 5년 간 낙방을 겪으며 빠졌던 머리카락도 다시 나기 시작한다.
  순이 고모와 은미의 삶을 긍정으로 이끈 것은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현실적인 다른 가족들과 달리 할머니를 닮아 낭만과 꿈을 믿고 살았던 둘의 길과, 그 길에서 벗어나 걷게 된 또 다른 길 모두를 지지해주는 마음.
  은미와 순이 고모의 이야기 모두, 마음에 품었던 꿈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긍정’을 제시한다. 그 해답은 은미가 부단히 노력한 끝에 결정했듯, 가장 마지막 순간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절망에 빠질지, 혹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할 때 말이다. 소중한 꿈을 너무도 빨리 포기해버린다면, 마음속에 남게 될 것은 긍정이 아닌 후회가 돼버릴지도 모른다.

 <달의 바다> 정한아 저/2007/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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