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떨어뜨린 사건이 있었다. 부산광역시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후 영화진흥위원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영화관인 ‘인디플러스’에서 상영을 불허했다. 영화에 얽힌 정치·사회적 요소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검열 논란으로 영화는 한동안 이슈가 돼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독립영화 지원 사업을 취재할 때 느꼈던 점은 아직 영진위의 검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계속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가 영화인들에게 행해진 ‘문화적 독재’라는 것이다. 영화 잡지 <씨네21>에서는 검열에 관련된 특집기사까지 나왔다. 하지만 영진위의 대처는 어리석었다. 그들은 문화적 독재와 검열이란 말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신문 보도기사 속 잘못된 문장 몇 개에 대해서만 반박할 뿐이었다.
  최근에는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차단됐다. 방심위 측이 내세운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음란물의 유통이 이뤄지고 성인인증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 등이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방심위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제재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사이트는 차단 후 3시간 만에 ‘음란성 정보가 있어 민원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나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철회했다’는 방심위의 말과 함께 정상화됐다. 비난 여론은 정상화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사태를 본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레진코믹스 법’을 발의했다. 방심위의 접속차단 권한을 법률로 명시한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더 이상 국회도 방심위의 무분별한 차단 조치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취재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 일부는 웹툰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레진코믹스를 알고 있었다. 방심위의 착각 속에서 이뤄진 ‘3시간 천하’는 결국 레진코믹스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레진코믹스 사이트를 3시간 동안 대신했던 ‘warning’이란 단어는 그들에게 경고가 아닌 광고가 됐다. 사이트 정상화 이후 레진코믹스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는 멘트와 함께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를 이용해 그들은 정부의 검열이 잘못됐다는 것을 재치 있게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심위의 행위는 인터넷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JTBC의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속 주인공도 그들의 심의를 피해갈 수 없었다. 방심위는 작품 속에서 여고생 2명이 키스하는 장면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키스신 자체만이 아니라 동성애를 표현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도 동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영진위는 영화인 모두의 발전을 위해, 방심위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들이 원하는 공익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 그들의 방향이 필자가 취재하며 만났던 관계자들과 시민들을 향할 순 없을까? 이제 이러한 기대는 사치인 듯하다. 더 이상 그들의 변화를 기대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가 정부의 검열을 검열해야 할 때다.

 주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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