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도시철도 서면역 인근의 한 옷가게가 환풍구 위에 옷을 진열해 놓은 모습. 이를 보기 위해 손님들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아래) 한 시민이 짐을 옮기기 위해 환풍구 위를 지나다니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서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건이 일어났다.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시민 27명이 추락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도 환풍구 붕괴 사건이 일어나 고등학생 1명이 사망했다. 사건 발생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부산광역시는 환풍구 붕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해 판교의 환풍구 사고 이후, 부산광역시는 설치된 환풍구들을 모두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대신문>의 취재 결과, 사고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임이 밝혀졌다.
  지난 2일 찾은 남산동 범어사역 인근, 높이 20m 정도의 환풍구 위에서 담배를 피거나 장난치는 대학생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곳에서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박태용(철마면, 68) 씨는 “범어사역에 자주 오는데 올 때마다 환풍구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봤다”며 “환풍구가 한두 개도 아니고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도시철도 서면역 8번 출구 인근의 한 옷가게는 40벌 쯤 되는 옷을 옷걸이에 걸어 환풍구 위에 진열해 두고 있었다. 옷을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은 환풍구 위에 올라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옷가게 주인인 이명윤(부전동, 43) 씨는 “인도가 좁아 옷을 환풍구 위에 진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위에 위치한 환풍구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의 폭은 1m에 불과했다.
  도시철도 부전역 인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인근에 부전시장과 부전역(기차역)이 위치하고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환풍구가 놓여있는 인도는 좁고 노점상들이 많아 보행자들의 통행에 지장이 있었다. 환풍구의 높이는 50cm 정도로, 보행자들이 위로 지나다니기는 어려운 높이였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노점상들이 환풍구 위에 판매물건이나 판넬 등을 올려놓은 것이다. 노점상 이가용(남포동, 79) 씨는 “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환풍구 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 설치된 도시철도 환풍구는 총 832곳.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20cm에서 60cm 가량으로 높이가 낮은 환풍구는 464개에 달한다. 시민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지만 부산시에서 마련한 안전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건축법 시행규칙에서도 환풍구의 높이와 크기 등에 대한 규정만이 있을 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항은 없었다.
  무방비로 노출된 부산시 도시철도 환풍구,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시당국은 경고문 부착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고문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펜스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박태용 씨는 “위험하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어도 경각심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펜스 설치가 빨리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산도시철도공사 박광호 직원은 “모든 환풍구에 경고문을 부착한 상태”라며 “올해 안으로 65개소의 환풍구에 1m 가량의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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