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담뱃세 2,000원 인상을 주 내용으로 한 금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음식점, PC방 등 공중이용시설 모두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은 사실상 ‘증세’의 우회적 방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금연구역 확대에 대해서는 담배 소비자의 흡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의 금연 정책이 시행된 지 4개월, 대학생 흡연자를 비롯한 담배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 정책을 시행한지 4개월째, 흡연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공중 시설은 모두 금연구역이 됐는데 흡연구역은 따로 없고, 담뱃값마저 인상됐다. 대학생 흡연자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점심시간, 제2도서관 뒤 흡연구역을 찾았다. 열한 명쯤 되는 남학생들이 제각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갑한 도서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었다. 윗길로 올라가 사회관 입구에 도착했다. 땅바닥에 흩어져있는 담배꽁초들의 길이가 짧았다.
 
담뱃값 인상하면 흡연자가 줄어드나요?
 
  A(산업공 11) 씨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고 했다. 한번 물기 시작한 담배를 끊지 못해 제대 후에도 손에 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초 담뱃값이 인상되고서부터 담배 피는 횟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A 씨에게 인상된 담뱃값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은 보건복지부의 금연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었다. 당초 2,500원 정도하던 담배가격이 180%가량 인상된 것이다. 하지만 담배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세수 확보 정책을 금연정책으로 둔갑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은 “올바른 흡연 문화 정착을 위해 보건소의 금연 지도 등 정책을 확대할 수 있는데 굳이 가격을 인상했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A씨도 여느 흡연자와 마찬가지로 담뱃값 인상에 대해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다. 그는 “담뱃값 인상의 폭은 크지만 인상 이유는 그를 뒷받침할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담배가 비싸져서 금연에 도움이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담배 살 돈까지 빼앗아 가는 정부가 국민들 건강까지 챙길 정도로 배려심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담배값 인상과 흡연자들의 금연과의 연관 관계는 더욱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담뱃갑 인상 후 4개월이 지난 요즘, 감소세를 보이던 담배 판매량 또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첫째 주 편의점 담배 판매량이 전년대비 50% 감소한데 반해, 3월에는 감소폭이 10%대까지 줄어든 것이다.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진원도(물리교육 15) 씨도 “담뱃값 인상 당시 너무 갑작스러워 담배를 끊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히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구역은 있어도 흡연구역은 없다
 
  흡연 3년차인 B(대기환경과학 14) 씨는 주변 사람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경험을 토로했다. 그가 만성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 북문 인근에서 담배를 피고 있을 때였다. 한 아저씨가 그에게 호통을 쳤다. “어디 젊은 놈이 길에서 담배를 물어!”
  비흡연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B 씨는 매번 담배를 피기 전 금연 구역을 찾아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임시로 마련된 흡연구역에서까지 눈치를 보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올해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공중이용시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면적 150㎡ 이상의 휴게음식점 등 일부 공중이용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금연구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음식점 금연 구역 지정을 어기고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게 된다. 금연 구역을 지정하지 않았거나 이를 알리지 않은 점주 또한 과태료 17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흡연구역 관련 정책은 현재로써는 전무한 상태다. 정부의 담배 정책은 비흡연자에게만 향해 있었다. 흡연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흡연구역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이었다. A 씨는 “공공장소에서 마구잡이로 흡연을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 부스는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무조건 흡연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했다. C(전자전기공 09) 씨 또한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욕을 먹어도 괜찮다. 그러나 흡연구역이 없는 곳은 흡연권을 아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 자리를 잃은 흡연자들은 ‘흡연권 보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A 씨 또한 “정부가 비흡연자들의 권리는 지켜주고 있지만, 흡연자들의 권리는 무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흡연구역을 확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배소비자협회 측 또한 흡연권 존중을 요구했다. 최비오 정책부장은 “흡연자들은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흡연권과 혐연권이 상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양쪽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형평성을 갖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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