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인신공격, 비속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폭언과 의자 던지기, 뺨 때리기 등의 물리적 폭력, 은근한 협박과 파렴치한 거짓말, 심지어는 보복까지 모든 악덕을 죄다 구비한 인간이 있다. 그는 뉴욕 최고의 음악학교의 교수 플래처. 살인과 칭찬 빼곤 다하는 그 앞에 전도유망한 미래의 청년뮤지션들이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린다. 앤드류도 그 중 하나다. 플래처에게 발굴되어 학교 최고의 재즈밴드의 일원이 된 그는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드러머다. 어느 날 플래처는 드럼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앤드류의 머리를 향해 접이식 의자를 기습적으로 날린다(내 생각에 그건 명백히 살인미수다). 천재 신화는 거기서 나온다.
  ‘버디’라고 불린 전설의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가 아직 버디가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약물에 취한 찰리 파커가 뉴욕의 어느 작은 공연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드러머 조 존스가 심벌즈 한 짝을 떼어내 그를 향해 내던졌다. 그 일로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찰리 파커는 절차탁마 끝에 그로부터 (겨우) 1년 뒤 전설의 ‘버디’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재의 신화는 의외로 단순하다.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에 무언가 엄청난 것이 탄생되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건데, 자꾸만 의문을 품게 되는 건 내가 그 세계 사람이 아니어서일까? 요컨대 나의 반문은 이런 것이다. 찰리 파커는 정말로 자신에게 날아온 심벌즈 때문에 전설의 버디가 된 것일까? 
  또 다른 질문도 있다. 플래처는 앤드류의 조 존스가 되려 한 것일까? 글쎄. 여하튼 플래처는 천재 신화를 신봉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말하자면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쉴새 없이 채찍질하는게 스승의 임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가 가장 경멸하는 말이 “잘했어”라는 칭찬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심벌즈 대신 의자를 던졌다. 그런데 배은망덕한 제자 앤드류는 그를 파면시키는 데 일조하고 그걸 알게 된 플래처는 보복할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른다.
  유감스럽게도, 한 개인의 탁월한 성취와 그의 인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훌륭한 작품은 훌륭한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타고난 ‘재능’은 그렇지 않은 이들의 ‘노력’이라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물론 천재들도 뼈를 깎는 연습을 거치지만 누굴 이기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다. 그들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뿐이다. 
 
 강소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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