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의 정지향 작가

 지난 27일 정지향 작가를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지향 작가에게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를 읽은 독자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저의 책을 읽고 사람들이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슬프면 슬픈 그대로”라고 답했다.
도대체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렇게 ‘심오한’ 대답이 나온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문예창작학과 학생이지만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방 예술대 학생이다. 그녀는 ‘수많은 쓸모없는 주제의 동아리 중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걸 하는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 요조와 동거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인도 여행중에 알게 된 민영이 찾아온다. 그렇게 이들 3인방의 한 여름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서울 홍대역 근처 카페에서 ‘젊은 작가’ 정지향 씨를 만나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현재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있어 문예창장학과 학생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를 소설화해 재미있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학교 과제로 짧은 소설을 자주 썼다. 지금까지 긴 글의 소설을 써본 적은 없다. 그러다 문학동네에서 대학소설상을 공모하는 것을 보고 ‘못 써봤던 장편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했다.

△주인공과 같은 전공을 공부해서 비슷한 처지일 것 같다. 실제로 영향을 미친 것이 있나
주변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상상을 가미했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문예창작학과는 서울에 있고, 주인공 ‘나’가 속해있는 학과와도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하지만 다른 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모두 책 속의 인물들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더라. 이 친구들은 자신이 ‘사회와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책 속에서 주인공들이 고민하는 점들은 나를 포함한 문예창작 학생들이 평소에 하는 걱정거리다. 특히 진로 부분에서 토익을 공부해야 할지, 작가가 돼야 할지, 돈을 우선적으로 벌어야할 지에 항상 골머리를 앓는다.

△책 속 모든 문장이 구어체로 구성됐다
구어체를 사용한 이유는 책 속의 청자가 독자와 ‘나’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독자들이 책을 읽어 나가길 바랐다. 또 청자를 엄마로 설정한 것은 ‘나’가 가족에 대한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엄마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아마 ‘나’는 엄마에게 ‘나 지난 여름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편하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요조가 방송국 필기시험을 보고 난 뒤 잠적해버린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한다
요조가 왜 그랬을까(웃음) 아마 어떻게든 버텨오던 무기력함이 시험이 끝난 뒤 폭발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전에도 열심히 살아오던 요조가 어느 순간 열의가 꺾이고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모습을 보였다. 한두 명만을 뽑는 필기시험에서 자신이 선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민영과 ‘나’로부터 숨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카우칭 서핑’으로 세계를 여행하던 민영은 결국 한국에서의 정착을 택한다
민영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실제로 한 번 머물고 싶었을 것이다. 또 민영이 소파를 찾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더 궁금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한국에서 ‘나’와 요조를 만났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남은 이유일 것이다.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 글을 써나갈 때부터 3명의 인물 모두가 결국에는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 내내 이들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따뜻하게 껴안아 가면서 서로를 위로한 것은 아니다. 함께 머물기는 했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성장한 친구들이다, 때문에 요조, 민영, ‘나’가 언제까지나 모두 함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어떤 점을 느꼈으면 좋겠나
독자들이 슬퍼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자신이 처한 모습을 직시해 ‘슬프다’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살다보면 모두가 힘들어서 실제로 자신이 힘든 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또 사람들은 힘든 일로 지쳐버린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힘든 것도 자꾸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우울하고 슬픈 것도 꽤 괜찮은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책을 읽고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나
청춘을 즐기자!(웃음) 이 책을 읽고 당장 느끼기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니 세 주인공들처럼 잠시 ‘표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대학 시절, 한 번쯤 주인공들처럼 더운 여름 날 에어컨을 틀어넣고 담소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잠시나마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또 3명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고 돌파하는 친구들이다. 이들은 각자 해보고 싶은 것은 하고 사는 ‘치열함’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영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다. 나도 이들 만큼 재밌는 대학시절을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너무 해야 하는 것에만 얽매이지 말고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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