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목적으로 몰래 흉악한 일을 꾸밈’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음모’. 여기서 파생된 음모론 역시 부정적인 맥락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뒷배경을 설명하는 상대에게 ‘음모론자’라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누군가 특정 목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은 음모론이라는 이유로 묵살 당했지만 이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건전한 의혹제기’로서의 음모론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음모론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하지만 음모론이라는 낙인에 가려진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건전한 형태의 음모론은 현상 아래에 숨겨진 이면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강현식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음모론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노력하는 심리에서 발현된 것”이라며 “수용자는 다양한 의견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증거에는 틀림을 인정해야
  이와 함께 건전한 의혹제기를 음모론이라는 이유로 묵살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됐다’며 ‘세상의 일을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을 방해할 때 들이미는 논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변정수 문화평론가 역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음모론자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며 “상대의 주장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따지고, 증거를 통해 반박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회와 현상에 대한 의심이 ‘음모론’이라 낙인찍히지 않고 정당한 의혹 제기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편집증적 망상으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증거와 비판 앞에서 자신의 주장이 틀림을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현식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객관적인 자료 앞에서도 틀림을 인정하지 않고 망상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며 “음모론이 건강해지려면 틀림을 인정하고 열린 생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상에 대한 답변이 아닌, 의혹 제기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상진 교수는 저서 <음모론의 시대>에서 음모론이 답변이 아닌 질문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은 ‘답변이고자 과욕을 부리면 그것은 더 이상 비판이 아니게 된다. 망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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