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에 발생한 9·11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항간에선 이 사건이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정치인의 비리를 숨기기 위해 대형 스캔들이 터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음모론’이라고 부른다.
  음모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다양하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허구이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악행’이라는 지적과 동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음모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실과 거짓 사이,음모론이 있다

  ‘사회현상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의도적으로 사태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하는 이야기’. 음모론의 일반적 정의다. 변정수 문화평론가 또한 음모론을 “개인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그런 상황을 초래한 ‘실체를 알 수 없는 능동적 행위자’가 있다고 믿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음모론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먼저 입증도 반증도 불가능한 음모론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 때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단체가 존재한다’는 음모론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음모론은 실제 목격자나 증거가 없어 소문만 떠돌 뿐이다.
  반면 입증 혹은 반증도 가능하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음모론으로 남아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5년 전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이 폭침했을 것이라는 증거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정작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아 아직까지 음모론으로 남아있다.
  또한, 강자의 무기와 약자의 저항 수단으로 사용되는 음모론도 있다. 지난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은 음모론을 무기화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의 음모론이 사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가짜 구실을 만들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미국의 전쟁에 대한 합리화를 막기 위해 저항수단으로써 새로운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사람이 제기하는 음모론, 이유는 사람 속에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일까? 답은 사람의 심리에 있다. 사람들은 주로 특정 현상에 대한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음모론을 제기한다. 강현식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알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음모론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현상에 대한 호기심’도 그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윤평중(한신대 철학) 교수는 “현상을 보도하는 언론과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음모론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왜 받아들이나?
  끊임없이 제기되는 음모론,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위한 심리학>의 저자 이철우 사회심리학자는 저서를 통해 ‘음모론은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가설을 세운 다음, 자신의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을 취하고 부합하지 않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대형사건에 대한 예측 가능한 설명을 선호해 음모론을 받아들인다는 연구 내용도 있다. 영국 로얄 할러웨이대 학교 연구팀은 지난 2007년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를 통해 “사람들은 거대한 사건 뒤에 지나치게 평범한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오히려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현실과 이상 간의 차이에서 비롯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음모론을 받아들인다는 의견도 있다. <음모론의 시대>의 저자 전상진 박사는 저서를 통해 ‘신정론이 사라진 지금,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며 현실의 고통을 설명하는 신정론 대신 ‘음모론’이 고통을 설명하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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