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 없어질지도 몰라” 대학에 입학한지 한 달이 지났을 즈음,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친구가 입학한 학과가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했다. 친구의 학과가 통폐합된다는 뉴스였다. 김소월과 주시경 등 유명한 문인을 배출한 것을 내세워 홍보했던 국어국문학과였다. 해당 대학 측이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통폐합을 통보했고, 친구는 수업도 빠지고 며칠 동안 농성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친구의 과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함께 시위를 벌이던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의 학생들은 폐과를 통보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친구와, 농성을 벌인 학생들은 대학 본부의 추진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해당 대학의 계획대로 학과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무릎 꿇은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논리’를 들이미는 사회에  대학도 무릎을 꿇었다. 취업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과는 문을 닫거나 정원이 줄어든다. 혹은 학생들의 전공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기업이 선호하는 경영학을 가르치라고 강요받는다. 그 과정에서 학문의 다양성이나 구성원들의 의견에 대한 존중은 없다. 구성원의 반발은 잠시 지나쳐갈 장애물일 뿐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본부의 입장은 다들 한결같다. ‘교육부의 대학평가체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교육부의 압박은 갈수록 노골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가 ‘산업 수요에 맞춰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학사를 개편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사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대학의 반응은 발빠르다. 교육부의 의도에 맞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중앙대는 학과제 폐지를 예고했고, 이화여대는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신산업융학대학’이라는 단과대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의도는 같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산업 수요에 맞는 학사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몇 년째 교육부가 나서서 대학평가를 빌미로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지 않는 학과를 운영해 낮은 취업률을 보이는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낮은 평가점수를 받는다. 낮은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은 정부 지원에서 불이익을 얻거나 아예 퇴출된다. 취업난 해결을 이유로 대학에게만 그 책임을 묻는 화살이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을 펴는 정부와, 일자리 공급원인 기업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미하다. 신입사원 채용의 열쇠를 쥔 이들의 움직임은 미적지근하다. 사기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라 미취업 청년을 고용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 중 절반에 가까운 기관이 이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일명 ‘산업 수요’를 정하는 측은 꼼짝도 하지 않는데, 대학생과 대학이 몸부림을 친다고 해서 눈부신 고용 창출과 청년 실업의 해소가 발생할지 의문이다. 대학은 교육부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대학생은 기업이 원하는 완벽한 인재상이 된다고 치자. 기업과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청년실업률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해답이 있는 곳은 대학이 아니다. 온 사회가 대학에게 겨눈 화살을 거두고 기업과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때다.
 
오나연 대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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