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학장동의 한 도금업체 뒤로 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민들이 악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악취 민원 중 41%가 사상구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에 <부대신문>이 시민단체 ‘학장천 살리기’ 강미애 대표와 동행해 사상구 학장동 인근지역의 악취 실태를 확인해봤다. 
  강미애 대표는 기자를 학장천 옆길로 안내했다. 주거지역과 공업단지 사이를 가르는 실개천과 5차선 도로. 500m 남짓한 거리였다. 공단에서 나온 화물차량들이 다니는 도로 옆길을 걷다보니 얼마 안가서 수림대길이 나왔다. 그녀는 “사상구청에서 악취를 완화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림대길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길 왼쪽으로는 목화아파트가 보였다. 봄철이라 바깥바람을 집안으로 들일만도 하지만 아파트 창문들은 굳게 닫혀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공단에서 목화아파트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림대길을 200m쯤 걷다 강미애 대표를 따라 공장 쪽으로 건너갔다. 건너자마자 흰 연기와 함께 아민냄새를 내뿜는 공장이 있었다. 금속 주물공장인 ‘캐스텍 코리아’였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공장 주변은 연기가 자욱했다. 거친 기계 소리가 나는 공단 안쪽으로 더 들어가 봤다. ‘영진도금’이라는 공장과 간판이 걸려있지 않은 공장 사이에 철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흩어진 철가루 위로 사람들이 지나다녔는지 발자국이 보이고 자동차 바퀴의 흔적도 있다. 강미애 대표는 “이 철가루는 공장 외부로 유출돼선 안 되는 것”이라며 “금속 냄새의 주요 원인이 되며 미세먼지도 유발해 인체에 해롭다”고 했다. 
  공단 안쪽에는 학장초등학교가 있었다. 성인들도 오래 있기 어려운 곳에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옆 블록에는 고무 타는 냄새를 내보내는 ‘대한산업’이 있었다. 공장 한 바퀴를 돌다가 냄새의 근원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았다. 담장 안에서는 고무 타이어가 칩 형태로 찢겨진 채 찜통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단 안으로 들어온 지 90여 분이 지났다. 점점 목이 아파오며 기침이 나왔고 피부가 따가웠다. 강미애 대표는 “왠만하면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며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물질들이 많기 때문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악취 배출시설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악취 민원 중 사상구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구는 면적에 비해 악취 배출시설이 많이 분포해 있다. 2014년 9월 기준으로 사상의 악취 배출시설은 665곳으로, 부산시 전체 악취 배출시설 중 47%에 해당한다. 사상구의 면적이 부산시의 4%인 것을 감안하면, 악취 배출시설이 사상구에 밀집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은 거주지역과 공단이 근접해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강서구의 경우, 녹산공단 등 악취 배출 기업체들이 많지만 공단 앞뒤로 주거지역이 아닌 바다와 봉화산이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주민 피해가 덜하고 민원 발생률도 낮다. 하지만 사상구의 공단은 주거지역 안에 조성돼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사상구에서도 특히 학장동 주민들의 피해가 심했다. 최희정(학장동, 70) 씨는 “20년 동안 여기 살고 있는데 매년 악취문제로 고생 한다”며 “차라리 공단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성은(학장동, 59) 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냄새가 더 난다”며 “봄이지만 밖에서 쇳가루 냄새와 타이어 냄새가 나 창문을 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악취방지법 외면하는 사상구
  지난해 9월부터 악취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상구의 악취 관련 민원은 전년 대비 22%(26건) 증가했다. 사상구청이 법안 적용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악취방지법에 따라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지역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실제로 사하구는 악취가 지속되는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설정해 악취 문제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사상구청은 사상구에 악취관리지역을 지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장들이 △학장동 △감전동 △삼락동 등에 널리 분포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상구청 환경지도부 직원은 “포괄적으로 관리 지역을 설정하게 되면 영세한 기업들이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대기업이 아닌 곳은 실질적으로 배출시설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상구의 대안, 실효성은 없다사상구의 대안, 실효성은 없다
  사상구청은 악취관리지역을 설정하는 대신 ‘악취 배출시설 지정ㆍ고시’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지역단위로 관리하지 않고, 악취가 심한 시설을 개별적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고무제조 공장인 ‘대한산업’과 ‘조광 페인트’ 2곳을 악취 배출시설로 지정했다. 그러나 사상구청의 이러한 대안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미애 대표는 “건물이 이미 노후화돼 관리한다고 해도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정ㆍ고시 역시 획기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의원과 시민들은 자치단체에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 열린 시의회에서 새누리당 오보근 의원은 “사상구가 부산시 내 악취 민원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치단체의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성현(학장동, 44) 씨 또한 “시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상구나 부산시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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