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박범신 저/2013/한겨레출판

 

  <소금>은 박범신 작가가 등단하고 만 40년이 되는 해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다. 그가 이 책을 출간한 것은 고향 논산에 내려간 지 꼭 2년 만이다. 그는 <소금>을 내면서 “자본에 대한 나의 ‘발언’을 모아 이 책을 빚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가족을 위해 유령처럼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 선명우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아내와 세 딸을 버리고 가출해버린다. 집 밖을 뛰쳐나간 아버지. 자식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에게 ‘있으나 없으나 한, 흐릿한 사람’, ‘무심히 지나쳐 무의식 속으로 침전되어 버린 사람’, ‘희노애락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아버지를 세상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소금>은 여느 소설들처럼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책 중반 즈음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단 것, 신 것에 소금을 치면 더 달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짠맛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이처럼 작가는 아버지의 삶이 소금의 모든 맛과 같다고 이야기 한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 소금이 가진 온갖 맛이 고된 풍파를 겪어온 우리네 아버지의 삶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메시지는 모든 아버지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버지의 아픔을 외면한 채 원하는 것만 말하며 살아왔다. 언제나 ‘단맛’만을 요구한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이러한 행태를 선명우의 삶을 통해 반성하게 만든다.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며 ‘아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버지는 왜 항상 ‘소금 맛’ 같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과연 그런 아버지를 대하던 우리의 모습은 어땠는지 생각하게 한다.
  박범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작은 질문을 던진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자. “소비의 단맛에 허겁지겁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가는 아버지의 돌아 누운 굽은 등을 한번이라도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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