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에서 저자 에리히 프롬이 밝혀둔 바와 같이, <사랑의 기술>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갖는 사랑에 대해 일반적인 오류들을 지적한다. 또한 사랑은 쉬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배워 행해야 하는 일종의 ‘기술’임을 주장하고, 이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성 간의 사랑을 떠올리기 쉽다. 책에서는 이를 ‘성애’라고 표현한다. 프롬은 많은 경우 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환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사랑이라면 한 가지 전제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나의 존재의 본질로부터 상대를 사랑하고 있고, 상대방의 존재의 본질에서 이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기반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형제애나 모성애 등 다른 사랑의 영역에서 염두해야 할 이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프롬은 이 모든 사랑의 영역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기술도 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홀로 집중해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후 사랑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저/2011/은행나무
       

 

환상일까, 사랑일까
 
  <우리는 사랑일까>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프롬이 주장한 ‘사랑을 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몽상가’라고 불릴 만큼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꿈꾸던 이성을 만나지 못하고, 주말 저녁에 혼자 밥을 자신의 모습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에 홀로 집중하기보다, 삶과 생활에 대한 실마리를 외부에서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는 옷을 입고, 주변 사람이 연극을 극찬하면 그제서야 그 연극을 흥미로운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앨리스는 운명처럼 꿈꾸던 이성을 만난다. 바로 잘생기고 돈이 많은데다가 좋은 직업까지 가진 에릭이다. 그녀는 에릭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함께하는 모든 경험에 감탄한다. 정확히 말하면, 앨리스는 에릭의 존재의 본질을 사랑하기보다 그가 실현시켜준 자신의 환상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 환상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에릭에게서 자신과 전혀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의 무관심한 모습에 두려워한다. 그때마다 앨리스는 오히려 에릭의 따뜻한 마음을 끌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2006/문예출판사

 

앨리스를 ‘앨리스답게’ 만들어주는
 
  앨리스는 에릭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몸부림치던 중 필립을 만난다. 에릭과 이야기를 나눌 때와 달리,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필립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는다. 게다가 필립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앨리스로 하여금 자신이 흥미로운 사람이라 느끼게 하고 그녀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 결국 앨리스는 에릭과 이별하고, 필립과의 인연을 시작한다.

  사실 <우리는 사랑일까>와 <사랑의 기술>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본질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를 통해 상대의 본질을 사랑하라는 점이다. 두 책은 반세기의 간격을 두고 쓰여졌지만 사랑을 논하는 데에 있어서는 하나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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