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캐릭터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아바타가 단돈 10,000원!’’, ‘5,000원으로 초강력 아이템을 뽑을 수 있습니다! 100% 당첨!’
  요즘 시대에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딱히 어색하지 않을 문구들이다. 그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내 캐릭터가 강해지는 데 10,000원쯤이야’, ‘한 번만 대박나면…’ 게임업체들은 이러한 이용자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
  이렇게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 내부의 콘텐츠에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게임을 ‘부분 유료화’ 게임이라 부른다. 이 방식은 첫도입이 성공한 이래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운영 형태로 여겨져 왔다. 오늘도 많은 게임 이용자들은 ‘초강력한 내 캐릭터’를 꿈꾸며 유료 결제를 하고 있다.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란 문자 그대로 게임 진행 자체는 무료라는 뜻이다. 게임 서비스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비용을 징수한다는 의미에서 ‘부분 유료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의 우려 속에 도입됐으나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부분 유료화’게임을 즐기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혁신 ‘부분 유료화’

  부분 유료화 체계의 도입은 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원래 우리나라의 게임 업체들은 ‘월정액’이라는 방식으로 요금을 부과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1년, 넥슨은 자사의 온라인 게임인 ‘퀴즈퀴즈 플러스’에 새로운 과금 체계를 도입했다. 무료로 게임을 진행하는 대신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치장성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온라인 게임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이었기에 쉽게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분 유료화 체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자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에 따라 유료 아이템의 수익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게임업계에서는 부분 유료화 체계가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강지웅 게임평론가는 “도입 초기에는 ‘누가 게임에 돈을 쓰겠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이기고 싶어 하는 경쟁심리가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게임업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부분 유료화 체계를 따르며 게임을 만들어 냈다. 늘어나는 부분 유료화 게임만큼 온라인 게임 시장 역시 성장했다. 부분 유료화 체계는 곧 온라인 게임업계의 정설로 통할 정도였다.

게임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 사행성을 들여오다

  부분 유료화 체계를 따르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그 장르 역시 다양해졌다. 동시에 유료 아이템의 범위도 확장됐다. 단순히 게임 캐릭터의 모습을 치장하던 유료 아이템은 이제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에 이용자들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실력과 관계없이 게임의 승률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유(재료공 15) 씨는 “돈을 더 쓰면 게임을 하는 데 유리했다”며 “다른 사람은 모두 유료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게임 내에 복권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복권처럼 현금을 결제하면 확률에 따라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게임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더욱 더 많은 결제를 유도했다. 더 좋은 아이템을 빌미로 가격을 높이고 확률을 더 낮췄다. 운 좋게 원하는 것을 한 번만에 얻은 사람도 있었지만 수십만 원을 써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생겼다. A(광메카트로닉스공 15) 씨는 “잘하기 위해서 더 좋은 아이템이 필요해 매번 결제를 했다”며 “원하는 아이템이 한 번에 나오지 않아 많은 돈을 결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부분 유료화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자 게임 이용자와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윤형섭(상명대 게임학) 교수는 “수익에 눈 먼 업체들이 게임 캐릭터의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들을 무작위로 만들었다”며 “돈을 지불하고 아이템을 구매해도 그 금액에 맞는 대가를 받기 힘들어졌으니, 이게 바로 도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한국게임학회 관계자는 “법으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많다”며 “업계의 변화와 더불어 이용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게임업체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넥슨은 ‘돈슨의 역습’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돈슨’은 게임 이용자들이 붙인 넥슨의 별명으로, ‘돈밖에 모르는 회사’라는 비난의 의미가 담겨있다. 넥슨은 부분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행성 아이템을 만들어내며 많은 이용자들에게 비난을 받아왔다. 결국 넥슨이 발표한 슬로건은 자사의 부분 유료화 서비스에 대한 비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케팅 슬로건 발표 이후에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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