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찾은 부산광역시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옆은 회색 시멘트로 가득했다. 건물 지하 공사 완료 후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은 ‘롯데타운’이 건설되기로 한 곳이었다. 지난해 8월 28일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가 오픈했지만, 롯데타운의 핵심 시설인 롯데 타워는 여전히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2009년 착공한 후 7년째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타워 건물의 형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달랑 한 대 있던 크레인은 움직이지도 않았고, 인부 두세 명만이 현장을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인근 주민은 분통을 터뜨렸다. 곽용진(중앙동, 63) 씨는 “호텔을 짓겠다는 것은 롯데의 속임수 같다. 롯데타워에 속한 위락시설 모두 마찬가지”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롯데타운 계획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지난 20년간 대체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부산광역시 중구 롯데 백화점 아쿠아몰 옥상에서 본 롯데 타워 공사 현장, 6년째 터파기 공사 중이다

1995~2007 
수차례 뒤집은 롯데타운 계획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5년부터 롯데는 ‘부산 롯데타운’ 건설을 계획했다. 영도대교 옆, 옛 부산시청 부지 인근 4만㎡ 면적에 롯데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 롯데는 영도다리를 6차로로 확장하는 조건으로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로부터 타운 건설을 허가받았다. 장장 15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롯데타운의 서막이었다.
  롯데의 사업 확장은 끝이 없었다. 부산해양수산청(당시 부산해양항만청)에 공공 해수면을 매립하게 해달라는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사업 부지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2002년 12월, 부산해양수산청은 해당 부지를 ‘관광 사업 시설 및 공공용지’ 용도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해수면 매립을 허가했다.
  사업 부지가 늘어나자, 롯데는 당초 2005년 완공 예정이었던 롯데타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2006년, 호텔과 롯데월드를 2009년에 완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2007년, 롯데는 다시 한 번 계획을 수정한다. 타워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호텔 객실 1천 500개를 800개로 줄이고, 최고급 오피스 시설과 전망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결국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 건물, 그리고 108층짜리 주 타워 건물로 구성되는 ‘부산 롯데타운’ 사업은 2013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2009 ~
공공용지 강조하더니 아파트 장사하겠다?
 
  2009년 3월, 드디어 롯데타운 타워 공사 기공식이 진행됐다. 건설이 예정돼 있던 놀이시설(롯데월드)은 이미 계획에서 삭제한 상태였다.
  그러나 공사 시작 4개월 후, 롯데는 돌연 부산해양수산청에 ‘공유수면 매립 목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호텔 객실을 200실로 줄이고, 대신 35개 층에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기침체로 호텔과 오피스텔 이용률이 떨어지는 추세라 사업수익 보장이 어려우니 사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관광 사업 시설 및 공공용지’로 사용하겠다던 본래 매립 목적과는 상충되는 주장이었다.
  결국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는 롯데의 매립 목적 변경 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롯데의 요구는 법률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립 준공 검사 이후 10년 이내에 매립 목적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매립 준공검사를 받은 롯데는 2018년까지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롯데는 타워 공사를 중단해 버렸다. 당시 터파기 공사만 완료한 상태였다. 그리고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롯데타워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3~ 
2018년이 두려운 이유
 
  지난 2013년 12월, 롯데는 타워 준공 시기를 연장하는 ‘롯데타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신청했다. 준공예정일을 6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타워 준공 예정일은 당초 2005년에서 2019년 12월까지 연기됐다.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은석(중앙동, 43) 씨는 “타워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유통산업이나 아파트 건설로 롯데는 커질지 몰라도, 지역 내에서 생산이나 고용 유발 효과 같은 건 없다”고 지적했다. 롯데타운 인근 상인의 여론은 더욱 좋지 않았다. 정영한(중앙동, 65) 씨는 “마트는 생겼지만 타워는 짓지도 않아 앞으로 몇 년간은 피해가 지속될 것 같다”며 “이런 롯데의 행태는 영세 상인들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타워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롯데가 2018년 이후 매립 목적 변경을 재추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 매립 준공검사가 실시된 이후 10년이 지나면 매립 목적 변경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결국 롯데는 2018년에 매립 목적 변경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어떠한 공사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기존 사업의 목적 훼손과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주거팀 배성훈 팀장은 “사업을 추진할 때는 공익을 위해 매립한다고 해놓고 결국에는 수익용 주거시설도 추가해달라고 생떼 부리는 상황”이라며 “부산시가 행정 지도를 강화해 공유 해수면의 매립을 허가했던 그 목적과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터 닦는 데만 20년이 걸린 롯데타워, 롯데타운 사업의 본래 목적을 잃지 않고 완공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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