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영화 <꿈보다 해몽>

 

  꿈자리가 사나운 여배우와 꿈을 좀 아는 형사, 꿈꾸는 남자친구의 이야기. 영화는 2시 7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무명 여배우 연신(신동미 분)은 텅 빈 객석을 보고 화가 나 극장을 뛰쳐나간다. 대낮에 깡소주를 마시며 속을 달래던 그녀는 수상한 형사(유준상 분)를 만나 자신의 꿈 이야기를 시작한다. 범인 잡기보다 꿈 해몽에 더 소질이 있다는 형사는 다시 자신의 꿈 이야기를 연신에게 들려준다. 형사는 연신의 옛 애인인 우연(김강현 분)과도 꿈 이야기를 나눈다. 각 인물들의 꿈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사구조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앞뒤가 불분명하고 비논리적인 영화의 구조는 꿈과 너무나 닮아있다. 많은 이야기가 마치 전날밤 꾼 꿈처럼 두서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시계, 여주인공이 황량한 들판에서 입고 있는 샛노란 옷, 하트 패턴의 치마 등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켜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 동화 속에서 앨리스가 거울 속 세상에 들어가 모험을 겪고 거울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끝나는 것처럼, 연신도 극장을 나와서 이상한 꿈 모험을 하고 다시 극장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꿈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영화는 꿈을 다루지만 결국 먹고사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인물들이 바라는 ‘꿈’은 억만장자나 투명인간이 되게 해달라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것들이 아니다. 헤어진 애인과 다시 만나는 것, 몸이 아픈 누나가 회복하는 것, 원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 소박해서 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꿈에서 깨지도, 원하는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그저 헤맬 뿐이다.
  꿈과 꿈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섞어 담아낸 영화는 몽롱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 꿈과 가혹한 현실의 꿈을 겹쳐놓는다. 불안한 삶의 고민들은 꿈으로 발현되고, 형사의 해몽을 통해 잠시 해소되는 듯하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형사는 꿈을 ‘어떤 상태를 정리하는 정도’라고 정의한다. 꿈은 꿈일뿐, 해석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답답하고 무거운 현실을 발랄하게 풀어내는 감독의 연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꿈보다 해몽’이다. 꿈 자체보다는 그걸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꿈같은 영화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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