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 한 칸에 네다섯 식구가 산적이 있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나,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2인 1실, 혹은 1인 1실의 개인공간을 가진 오늘날, 1인당 주거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은 당연히 생활수준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이고, 그 당시보다 주거비를 훨씬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다. 비단 주거공간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생활환경이 개선된 만큼 그 비용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대학생활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70~80년대에 대학환경은 지금에 비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좁아터진 강의실에 있는 것이라고는 칠판, 책걸상, 조명이 전부였고, 도서관과 휴게실, 기타 편의시설 또한 겨우 구색을 갖춘 정도에 불과했다. 컴퓨터와 전자칠판, 냉난방시설 등 각종 전자기기 설치비와 에너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으니, 등록금 또한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저렴한 시절이었다.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대학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자 등록금 또한 폭등했다. 당연한 경제적 귀결이리라. 문제는 국립대학의 경우이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대학환경 개선에 쓰이는 비용을 국립대학의 주인인 정부가 부담한 것이 아니라, 기성회비라는 묘수로 대학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 이제 수 십 년간 부당하게 징수되던 기성회비가 폐지됨으로써 국립대학은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벌써부터 충분히 예견되던 일이었는데도,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정부와 국회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대체입법을 미루고 미루다가 3월초에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 즉 흔히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라는 것이 국회 본회에 통과되어 발등의 불은 끈 셈이 되었으나, 수업료로 통합되는 기성회비 문제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폐지되는 기성회비 부분을 정부가 책임을 못 지는 한,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등록금마저 동결하라며 압력을 행사하니, 국립대학 재정은 갈수록 쪼그라들어서 모든 부서마다 지출은 늘어나는데도 예산은 삭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무리한 공약을 지키느라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별 않고 지원하니, 재정적 자율성이 없는 국립대학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 결과는 해를 거듭할수록 대부분 지역에 기반을 둔 거점 국립대학들이 수도권 소재 사립대에 비해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 최대 피해자가 우리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엄연히 주인이 따로 있는데다 재정적 여력도 풍부한 이들 사립대와 주인에게 예속되어있는 국립대학을 정부가 지극히 민주적으로(?) 차별 없이 지원하는 한, 국립대학의 위상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주인이 재정적 지원확대는 멀리한 채 최소한의 책임만 지겠다고 하는데 국립대학의 경쟁력이 어떻게 향상될 것이며,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어떻게 높아지겠는가? 해마다 지역 우수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국립대학이 쓸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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