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1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산의 극장이 걸어온 길을 기록한 <부산극장사>가 지난해 12월 발간됐다. 영화자료연구원 홍영철 원장이 엮은 이 책은 부산 극장의 역사를 통해 부산의 역사를 남기고자 했다. 그는 지난 1991년부터 <한국영화도서자료편람>, <부산영화 100년> 등 한국영화사를 정리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부산역 근처 묵은 종이 냄새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일, 영화자료연구원 홍영철 원장과 만나 부산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책은 부산 극장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부산 최초의 극장부터 책을 발간하기 직전까지의 극장의 모습을 담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극장 관련 신문, 상영광고나 영화 입장권을 담기도 했다. 또 지역별 극장의 현황을 적은 표, 시대별 현황, 인구수 대비 극장 수를 정리해서 적어두기도 했다. 글과 함께 통계자료도 담았기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부산 극장의 역사를 책으로 다루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의 극장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는 유네스코에서도 인정받아 ‘영화 창의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극장사를 통해 부산의 역사를 알리고 싶었다. 취지에 공감한 부산광역시와 부산영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책을 엮게 됐다.
 
 
 △ 왜 영화의 역사를 연구하나
  부산의 극장 하나에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그 이후까지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특히 ‘부산극장’의 경우 80년이 넘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다. 부산극장에 대해서 알면 부산의 역사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지난 100년 동안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던 놀이는 영화가 전부였다. 그런 만큼 영화를 알면 나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상상할 수 있다.
 
 
△ 120년에 달하는 부산 극장의 역사를 다루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다
  자료 조사는 지난 1971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 책을 위해서 자료 조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발간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자료준비가 다 돼 있었다. 다만 어떤 식으로 글을 편집하게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역사의 기록지인만큼 어떻게 편집을 해서 후대에 남길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이용했고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도 적고자 노력했다. 
 
△ 과거와 현재의 극장, 어떻게 다른가
  생김새부터 영화관의 종류까지 달라졌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극장에 걸린 영화간판이나 신문 광고를 보고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했다. 그러나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서 어떤 영화를 볼지 정하고 요금을 결제하기까지 한다. 물론 현재의 극장이 더 편리하기는 하다.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영화를 그냥 편하게 시간에 맞춰 보기 때문에 아무런 낭만도 없어 보여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덥고 추운 날씨에 영화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추억이었다.
 
△ 극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 영화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에 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볼 방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빠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어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업적인 영화만 상영하기 때문에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형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 대형영화관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고 영화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100석 정도 되는 작은 극장들이 더 생겨날지도 모른다.
 
△ 40년 정도 영화 연구에 열정을 쏟았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 
  앞으로는 지난 120년 동안의 부산영화연표를 만들고 싶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토대로 부산에서 일어난 영화와 관련된 모든 행사와 관련 자료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 자료가 굉장히 방대하므로 쉽게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부산영화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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