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 학기가 돌아왔다. 아직 봄이 채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다지 쌀쌀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새내기들의 발걸음 덕분일까. 이제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후배들을 보노라면 풋풋한 그들의 모습에 괜시리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이럴 때 마다 내게 등대가 되어주는 글이 있다. 이용휴의 <환아잠(還我箴)>이다. 

  환아잠은 ‘나’로 돌아가기 위해 일깨워주고 경계해 주는 글이다. 여기서 ‘나’란 글을 쓰는 작가나 혹은 독자가 현재 글을 읽고 있는 시점의 나 자신이 아닌 본질적인 나를 의미한다. 타인이 원하는,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그저 ‘나 자신’을 말했다.
  ‘나’는 초심이다. 인생이라는 길을 떠나기 전 내가 마음먹었던 첫 마음인 것이다. 이것은 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살아가면서 내가 지켜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무엇인가일 ­수도 있다. 첫 마음이기 때문에 세상의 어떤 것들에 때 묻지 않은 깨끗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가장 소중한 것이면서도, 가장 더럽혀지기 쉽다. 내 스스로 재능이 뛰어나다 생각해서, 다른 사람이 치켜 세워주며 받들어 주면서 생기는 오만함 등 때문에.
  문득 깨닫는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는 것일까. 진짜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지러운 길 위에서 진짜 ‘나’로 돌아가기를 마음먹는다. 작가는 내 초심을 더럽혔던 세속의 모든 것들을 치꼬와 형틀로 비유하며 억압된 것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 같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평소와 똑같은 풍경이지만 더욱 새로워 보인다. 마음의 변화가 분위기를 바꾸고 생각도 바꾼다. 
  작가는 진정한 나에게 돌아가는 길은 ‘단절’이라 말한다. 타인에 의해 존재하는 그 어떤 것들도 모두 끊어버려야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것이야 말로 ‘아(我)’를 찾는 길이며 발견하는 길이라고.
­­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를 잃어버린다. 진정으로 원하는 나만의 삶이 아닌 남들에게 보여지는, 그들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본질적인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이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많이 방황을 했었다. 내가 꿈꾸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허무맹랑한 꿈을 꾸는 철없는 새내기 취급을 받았다. 그 때문일까. ‘그 누구나 바라는 안정적인 직업, 평탄한 길을 걸어야하나’ 라는 생각에 빠졌다. 할 수 있다 생각했던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이미 어지러운 길 위에서 방황만 했더랬다. 이용휴는 이 글에서, 적어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 등대 같은 말을 해 주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온전한 나를 발견하기에는 그것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대학이니만큼, 제 기준에 타인을 맞추고 스스로는 충고랍시고 비뚤어진 말마디를 건네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실속 있는 것일까’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아무리 허무맹랑한 일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흥미가 있고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하면 그 기회의 손을 잡으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타인의 시선에는 무모해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초심을 지닌 온전한 ‘나 자신’을 찾는 출발선일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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