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사는 세상| - 운죽정 스텝

 

 뭉게구름 밑 대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운죽정’은 2002년 ‘English Cafetaria’로  문을 열었다. 지금은 ‘International Cafeteria’로 개칭해 할로윈파티, 영어 교실 등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음료 제조, 음식 주문 등과 같은 식당 업무부터 봉사활동 및 문화 행사 기획 분야까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 영어 공부하랴, 주문 받으랴 ‘몸이 두개라도 부족하다’는 그들의 바쁜 일상을 따라가 보았다.

 

‘죽정빵’과 함께 운죽정에서 아침을
  오전 7시 30분. 운죽정의 아침은 스텝 안재만(법학 4) 씨가 시작한다. 재만 씨는 직접 개발한 ‘죽정빵’ 반죽을 꺼내 오븐에 굽는다.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많은 학생들이 찾지 않지만 인정받을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어 스텝 여시연(화학 2) 씨와 한혜민(지질 2) 씨가 도착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스텝 이름표를 목에 건다. 긴 머리도 질끈 묶는다. 빗자루로 구석구석을 쓸고 막대걸레로 바닥을 몇 번이나 닦으니 벌써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혜민 씨는 “1층이 넓어 청소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한편, 주방에서는 재료손질이 한창이다. 요리사 박형배 씨는 ‘치킨 로스트’에 들어갈 닭을 손질 중이다. 옆에서 스파게티에 들어가는 피망을 썰던 요리사 이승봉 씨가 인기메뉴 크림스파게티의 비결은 “그 날 그 날 들어오는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 뿐”이라며 ‘맛의 비밀’을 귀띔한다.

 

우당탕탕 점심 전쟁!
  오전 수업을 끝내고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로 12시가 채 되기 전에 자리가 다 찬다. “Customer number 30. Your order is ready. Please come to the counter. Thank you” 익숙한 방송이 운죽정에 점심시간이 왔음을 알린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담고, 국을 퍼고, 방송을 하고. 스텝들의 손발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지원(영어영문 2) 씨는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신이 없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며 미소 짓는다.


  1층 테라스에서 철판해물볶음밥을 먹던 안수경(독어독문 2) 씨는 “내부 인테리어가 예쁘고 깔끔해 자주 와요”라며 활짝 웃는다. 옆 테이블의 틸 지몬(독어독문) 교수는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해 오븐 스파게티를 자주 먹는다”고 오물거리며 말한다.


  2층 테라스에서는 요트동아리 ‘KEEL’의 작은 생일파티가 열렸다.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3개의 테이블을 이어 붙여 식사를 하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한다.

 

나른한 오후엔 커피 한 잔
  오후 3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스텝들은 한숨을 돌리는 시간. 설거지를 하던 스텝 이단비(일어일문 2) 씨는 “오후는 한산해 일하기 훨씬 쉬워요”하며 커피를 만들고 있는 점장님을 슬쩍 본다.


  향긋한 커피향이 감도는 2층. 연인,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송옥현 점장은 ‘더치커피’를 추천한다. “보통 커피와 달리 물로 커피를 우려내 깊은 맛이 있다”고. 공강 시간에 남자친구와 공부를 하러 온 양하나(영어영문 2) 씨가 뽑은 최고메뉴는 ‘뉴욕치즈케익’.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신선하고 맛이 진해 자주 먹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6시면 스텝들도 하루를 마감한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테이블을 정리한다. 청소가 끝나면 전 스텝이 다같이 1층에 모여 간단한 찌개와 밑반찬으로 오순도순 밥을 먹는다.

 

‘영어’ 하면 운죽정 스텝
  운죽정 스텝들은 시간을 쪼개 매주 금요일마다 영어교실 ‘포랭스 클럽(Folangs Club)’에서 공부한다. 국제화를 지향하는 운죽정에서 스텝의 ‘영어능력은 필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논쟁이나 간단한 퀴즈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문법부터 회화까지 공부한다. 김소현(예술문화영상 2) 씨는 “우리 스터디의 특징은 ‘자유분방함 속에서의 질서’에요. 압박감 없이 흥미롭게 영어를 배우니 실력이 많이 향상됐어요”라고 자랑한다.

 

Student Oblige
  운죽정이 하고 있는 외부활동은 5개가 넘는다. ‘문화교류’를 위해 할로윈 파티를 열고 헌혈차를 불러 헌혈 캠페인을 벌인다. 통영 연화분교에 영어로 화상강의를 하고, 금성초등학교를 찾아 멘토링 수업을 진행한다.


  매니저 최후인(조선해양공 4) 씨는 “아이들로 하여금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함께 소통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전한다. 제자들과 함께 영어캠프도 열고 할로윈데이나 대동제 때는 운죽정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스텝 최성호(기계공 3) 씨는 “아이들이 순수해 정이 많이 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대학생으로서 가진 ‘젊음’과 ‘영어 실력’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라는 후인 씨의 말이 따뜻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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