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중대신문>

조선희 편집장

  ‘똑똑’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사람들이 등장했다는 신호가 울려 퍼진다. 다시 한 번 똑똑. 여러 차례 반복돼 또 다시 똑똑. 지난달 26일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는 외부 언론의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이하 학사 구조개편)’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장내에 학보사 편집장이랍시고 초대  받아 참석했던 기자는 노크 소리를 듣자마자 느꼈다. 저것은 단순한 인기척이 아니다. 삐걱대는 마찰음의 시작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역시나 낯선 사람들이었다. 대학본부가 ‘외부 언론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중앙대의 학사 구조개편안에 대해 품위 있게 브리핑하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난 교수들이었다. 성난 교수들은 문을 비집고 들어와 말했다. “대한민국 대학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입니다. 학문체제에 대한 폭거입니다. 밀실에서 소수의 교수들이 학문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지금처럼 문 걸어 잠그고 이야기하는 것도 저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면서 기자간담회는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긴급기자회견장으로 바뀌었다. 비대위원장은 일방적 통보에 대해 격분한 듯 했다. 먼저 그는 기자간담회 전에 있었던 전체교수회의에서 설문조사한 결과를 꺼내들었다. 42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사 구조개편 재논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찬성이 367표, 반대가 48표, 무효가 5표 나와 구조개편에 대해 새로이 논의해야 한다며 말이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획안을 오늘 알려줬어요, 오늘”
  비대위가 기자간담회장을 찾은 몇 시간 후 대학본부는 중앙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자간담회장에서 있었던 돌발 사태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글을 게재했다. 글에는 비대위에서 의견 개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덩달아 설문조사 진행 방식이 옳지 못했으므로 ‘그 저의가 의심스럽고 이것이야 말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비대위를 날 세워 비판했다.
  비대위는 교내 곳곳에 ‘반 학문적, 반 교육적 밀실 개편안을 철회하고 책임자는 사퇴하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총장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대자보에 실렸다. 학사 구조개편에 반대해 성이 난 교수들은 비대위뿐만이 아니었다. 사회과학대 교수 대부분이 서명한 대자보도 곳곳에 붙어 온 건물 벽들이 하얗게 도배됐다. 대자보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중앙대에 이렇게 많은 대자보가 나부끼는 게 얼마 만인가 싶다.
  지난 2일과 3일에는 각각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서 학사 구조개편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드디어 학생들이 계획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자리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학부제처럼 운영되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전공은 쉽게 폐지될 것이다’, ‘전공 쏠림현상은 어떻게 막을 것이냐’, ‘타대에서 실패한 학사제도를 왜 가져오느냐’ 등 학사 구조개편안의 세세한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찬찬히 상황을 뜯어본 기자는 애석한 마음이 든다. 자세히 살펴보라. 중앙대는 지금 칼바람이 세차게 부는 대나무 숲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노인이 한 명이 아니다. 중앙대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너희들이 잘못했다’고 외치고 있는 판국이다. 대나무 숲에 그 말만이 요동치니 들려오는 메아리도 그뿐이다. “너희들이 잘못했다… 너희들이 잘못했어…”
  학과제를 폐지하고 현재는 단대별로 추후에는 계열별로 총 정원제를 실시하겠다는 중앙대 대학본부의 계획안. 이에 대한 실효성이나 실현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 이르게 돼버렸다. 대나무 숲에 모두 들어가 메아리를 들고 싸우고 있으니 앞에 무엇이 보이고 귀에 무엇이 들리겠는가. 다 같이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대학본부와 교수, 학생 세 주체 모두 서로에게 등 돌리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갑자기 중앙대의 눈물 젖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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