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전동이 위험한 이유

   원룸은 현행 소방법, 건축법 등 소방 안전 규제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학교 인근 원룸촌은­­­ 시설·지형 환경이 화재 사고에 취약해, 원룸에 대한 소방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왼쪽) 장전동은 도로가 좁고 고압선도 많아 소방차와 소방관의 화재 진압 활동에 제약이 많다. (오른쪽) 건물간 간격이 좁아 화재 발생 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법 ‘장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지난해 12월 30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이 개정됐다. 스프링클러, 옥내 소화전 등 소방시설의 설치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조항은 11층 이상의 건물에만 강제해, 5층 내외의 원룸 건물은 이러한 의무에서 자유롭다.
  거주자가 개인적으로 방재 활동을 할 수 있는 소방 장비에 관한 규정도 허술하다. 개정된 소방시설법에서는 △각 층마다 소화기 1개 △가구 당 소화기 1개 △구획(방) 별 단독경보형감지기 1개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 등 벌칙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결국 소방 장비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12년 이전에 건축된 원룸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방 장비 규정을 담은 법은 지난 2012년 2월 4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세워진 건물에는 2017년 2월까지 장비를 구비하도록 유예 기간을 주고 있다. 해당 원룸에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가 있어야 하는 법적 근거조차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학교 인근에는 2012년 이전에 건축된 건물이 많아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 금정구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전동에 지어진 원룸 총 118곳 중 54.2%(64곳)가 2012년 이전에 건축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완공된 건물 5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예 기간에 적용되는 셈이다. 금정소방서 예방안전과 김경훈 반장은 “최근 장전동 일대 원룸 몇 곳을 방문·점검했으나 노후 원룸일수록 소방 장비 구비가 미흡했다”며 “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된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룸은 불에 잘 탄다?
  불에 잘 타는 소재가 원룸 건축에 이용되는 경우, 화재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원룸은 법률상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정부가 지난 2009년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해 도입한 소형 주택을 이르는 말이다. 문제는 도시형 주택 건설 시, 각종 주택 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원룸에 적용되는 건물 안전 규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불에 약한 스티로폼으로 건물의 외벽을 감싸는 건축 시공법인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사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해 대부분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이 공법으로 시공된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이 잘 번지고 유독가스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물 간격이 좁은 것도 문제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공동주택 건물 간 거리는 △연립주택 1.5~5m △다세대주택 0.5~4m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룸촌의 건물 간 간격은 0.5~2m 내외이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근 원룸으로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될 수 있다.
 
 
좁은 골목에 고압전선까지 화재 진압 방해
  장전동 일대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화재 진화에도 장애물이 많다. 좁고 구불구불한데다가 가파른 경사로가 많아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골목마다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들은 소방차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부곡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소방관은 “좁은 이면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아 소방차가 출동하더라도 진입이 어렵다”며 “최대한 건물 가까이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룸 사이를 지나는 고압전선도 문제다. 화재가 발생했으나 해당 건물에 소방대원이 진입하기 어려운 경우, 특수 소방차량을 이용해 건물 외벽서 구조 활동을 진행한다. 하지만 원룸 옆을 지나는 고압전선이 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부곡119안전센터 소방관은 “고가 사다리차 같은 특수차량을 이용하려고 해도 고압전선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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