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운영한 지 올해도 30년째네. 꼬마 시절 책을 권해준 학생들이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가 돼서 아이와 추억을 공유하러 오는데…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서점이지만 그럴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네.” 
 
  “어려서 동네서점을 자주 다니며 책을 읽었죠. 하지만 동네서점이 어려워지면서 추억을 잃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 동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하는 소규모서점’.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동네서점’의 정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귀갓길에 잠시 들러 책을 보던, 동네의 작지만 소중한 공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동네서점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 3,600여 곳에 달하던 서점은 2013년 2,30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폐점한 246개 서점 중 238개는 50평 미만의 작은 동네서점들이었다.
 
지난 몇 년간 폐점한 서점 중 대다수가 작은 동네 서점들이다
동네서점, 찾는 사람이 없다
 
  동네서점이 사양길에 접어든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강세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경우 소규모 동네서점들에 비해 책을 들여오는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할인율로 책을 판매한다. 특히 온라인서점은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동네서점이 아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을 주로 이용한다. 특히 ‘알라딘’ 같은 대형 온라인서점은 중고서적 판매까지 시작해 동네 소규모 헌책방들의 설 자리마저 잃게 만들었다. 
  독서 인구의 감소 역시 또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온달서점 남명철 대표는 “이전에는 늘 서점이 북적거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컴퓨터가 없어 책을 읽던 때와는 달리 요즘에는 학생들이 굳이 책을 찾아 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은 2008년 11.9권으로 기록됐지만 지난 2013년 조사결과 9.2권으로 감소했다. 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만큼 동네서점의 문을 두드릴 손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를 위해, 책을 위해
 
  동네서점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지역 문화에서 동네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주문도서 박영호 대표는 “동네서점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생활 공간”이라며 “특히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문화의 다양성도 동네서점을 통해 지킬 수 있다. 해양·지도 관련 서적으로 특화된 문우당 서점은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을 뻔한 적이 있다. 문우당 서점 조준형 대표는 “서점이 사라지면 관련 서적의 보존이 힘들어지고 손님들의 구입이 어려워져 예전 대표에게 승계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서점 살리자” 
노력은 계속된다
 
  동네서점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동네서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부산광역시를 포함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구나 시차원에서 동네서점의 도서를 공공도서관이나 교육청 등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하여 동네서점이 도약할 원동력을 제공하는 운동이다. 부산서점협동조합 해운대지부 박영호 지부장은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을 통해 도서관 등에 책을 납품하는 비중이 늘었다”며 “이 운동을 통해 잃어버린 부산지역 도서 시장의 활기를 되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차원의 노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점협동조합이다. 서점협동조합은 도서를 납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도서관이나 학교, 관공서 등에 책을 납품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부산서점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부산의 영세 동네서점 40여 곳이 자금을 투자해 만들어졌다. 그들은 더 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익의 70%를 동네서점에 재투자하고 있다. ­­

  각 서점의 개별적인 노력도 하나의 방법이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각종 문화 행사를 열거나 지역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이색적인 동네서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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