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나고 본가에서 지내던 어느 날,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데 꼭 일을 해야만 하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토익학원을 다니고 학교 수업을 들으며 ‘일’, 즉 취직을 할 요건을 갖춰야 했다. 졸업 후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이유를 따질 것도 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저/
2014/문학테라피
 
 
  <낮잠형 인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가능한 미루려고 한다. 석사 학위는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미루기 위한 수단이다. 학위를 딴 후에 바로 구직을 한 것도 아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현실을 잘 알아서다. 그는 늘어져서 텔레비전을 보고 음악을 듣는 생활 끝에 부모님의 등살을 못 이겨 집을 나온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위한 발판으로 그는 방송사에서 수습직으로 일을 한다. 하지만 단순 노동, 상사들의 모욕과 무리한 요구에 일을 그만 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예술가의 이상이라든가, 석사 학위라는 ‘배운’ 사람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면 견딜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하다. 그에 맞는 정규직 일자리가 없기에 실업수당을 받으며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함께 방황하던 친구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내야할 집세가 생기면서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결국 다시 이력서를 써내려가고 모터쇼에서 2주짜리 일자리를 구한다. 그곳에서도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업무 시간에도 상사와 동료의 눈을 피해 화장실로 도피한다. 그러나 할머니의 죽음 이후 생겨난 변화로 180도 바뀐 모습을 보인다. 높은 자동차 판매 실적을 올려 입사 제의도 받는다. 결국 꿈꾸던 이상, 그리고 항상 갈팡질팡하는 어린 자신의 모습과 작별한다.
  내내 서술되는 그의 고민들에서 필자의 모습이 비춰졌다. 괜히 후회할 일을 만들까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모습과 과거의 생각과 감정에 얽매이는 모습. 그리고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워 선택해야 할 것들을 외면하고, 삶이 그저 지나가도록 관조하는 모습도. 숨겨뒀던 성적표를 발견한 마냥 얼굴이 붉어졌다.
  또 그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매순간 고민한다. 하고자 하는 일에 결정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는지, 아니면 주변사람과 넓게는 이 사회의 요구에 더 떠밀린 것인지. 해가 바뀌고 취업을 준비할 시기와 좀 더 가까워졌다는 중압감에 미뤄뒀던, 그와 같은 고민이 책을 덮고서 고개를 들었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만나 여름 방학에 고시 학원에서 공부할 계획을 설명하던 친구, 자격증을 따고 토플 공부를 하려 휴학을 하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온전히 자신의 이상으로만 가득한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허나 그 얼굴들과 필자가 할 일이 각자 꿈꾸는 이상에 조금 더 가까웠으면 한다. 마지막장에서 자신의 이상과 작별을 고한 주인공이 어느 순간 공허함에 무기력해질 모습이 그려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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