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소설가 김영하의 시선, 그리고 어딘가 좀 ‘불편한’ 만화가 최규석의 시선이다. 두 사람이 세상과 우리를 향해 던진 시선을 쫓아가봤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 <보다> 
 
<보다>
김영하 저/2014/문학동네

 

  "부자들은 이제 빈자들의 마지막 위안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없이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 누군가에게는 선택 가능한 쿨한 옵션일 뿐인 세계.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보다> 중
 
  <보다>는 소설가 김영하가 펴낸 산문집이다. 그가 <씨네 21>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산문들이 주제별로 엮여 전달된다. 장장 4부에 걸쳐 전달되는 단편적인 산문들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글’이라는 매체로 표현한 것이다.
  김영하는 자신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송출하기 위해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뿐 아니라 ‘인간’과 ‘삶’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1부로 엮인 책들은 사회적 불평등을 키워드로, 2부와 3부에서는 영화와 소설을 매개체로 우리 현실을 꼬집지만, 허구와 현실을 오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 4부는 우리 사회를 미시적으로 파고든다. 얼핏 단편적인 생각들이 규칙 없이 나열된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글들은 ‘사유’로 통한다.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 김영하는 자연스럽게 ‘본다’는 것을 ‘사유한다’로 확장시킨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김영하의 시선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과 같다. 김영하는 우리의 앞으로 끝없이 돌을 던지고, 우리는 그것을 피하지 못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예측 불가능한 생각으로 우리를 당황시키는 작가, 그의 ‘시선’이 이 책에 담겨있다.
 
복수 같은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저/2011/사계절 출판사

 

 
  "그는 무한한 자유와, 더 많은 음식과, 더 좋은 옷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거인이라 부르지 않고, 괴물이라 불렀습니다. "
-<지금은 없는 이야기> 중
 
  이솝우화와 탈무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우화다. 단순하고 짧은 이야기이지만 우화의 힘은 크다. 단순한 교훈을 넘어 해학과 풍자까지 담고 있는 우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 같은 우화의 힘은 만화가 최규석을 만나 극대화됐다. 본래 우화란 보는 관점 혹은 이해하는 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어쩐지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조금 불편하다.
  그는 간단한 글과 그림만으로도 비정규직 문제, 사회의 지배구조 등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최규석의 우화에서는 ‘계층적 갈등’과 ‘소외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약자들은 그들 사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강자는 더 높은 우위에 서기 위해 연대한다. 최규석표 블랙코미디는 이처럼 사회를 넘어 개인의 욕망까지 꼬집고 있다.
  최규석은 사회구조나 체제의 문제점은 간과한 채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야기들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문제는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고 지적한다. 너무 많아서 당연하게 생각되고, 당연한 것이 되다 보니 다르게 생각해야 할 나머지 절반의 상황에서도 같은 관점으로만 사태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  바로 이 우화가 ‘세상과 타인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 수많은 이야기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그의 화끈한 복수가 바로 여기, 우리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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