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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고려 없고 '정원 감축'만 있다?
  • 김민관 기자
  • 승인 2015.03.01 02:13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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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이겠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핵심 내용이다. 교육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진리의 상아탑’이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지켜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 역시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오히려 대학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지원사업의 탈을 쓴 구조조정?
  교육부가 시행하는 구조조정 정책의 한 방향은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맞물려 있다. 대학 특성화 사업(이하 CK사업)을 비롯한 주요 재정지원 사업과 구조조정을 연계시킨 것이다. 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대학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사이의 불균형이 도마에 올랐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 김삼호 연구원은 “결국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조금이라도 지원을 더 받고자 하는 지방대학”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요대학들은 지방대학에 비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만큼 지원이 절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발표한 CK사업 접수결과에 따르면 서울권의 평균 정원 감축률은 3%에 그친 반면, 비수도권의 감축률은 지역별로 최대 9.2%에 달했다. 이에 교수회 이병운(국어교육) 전 회장은 “이렇게 되면 재정이 풍부한 수도권 대학들이 대학정원을 독식하게 된다” 지적했다. 부산지역 사립대학인 동아대학교 기획과 김태영 과장 역시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먼 지방일수록 정원 감축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된 구조조정이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이하 비정규교수노조) 이상룡(철학) 분회장은 “대학이 시장논리에 따라 인문·사회 분야를 축소하는 것을 통제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좋은 학생회 만들기 모임 이희정(동국대 역사교육 05) 간사 역시 “이는 재정지원이라는 미끼로 대학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라며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른 경쟁에 기반한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평가체제 구축에 대해 
‘획일화’와 ‘불균형 심화’ 우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구조조정 외에도 대학평가체제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역시 진행하고 있다. 이는 큰 틀에서 전임 정부의 기조를 이어 받은 것이다. 다만 평가지표의 경우 기존의 지표와 다른 새로운 지표를 도입했다. 교육부는 이 지표에 따라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전망이다.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하고, 하위 2개 등급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이나 학자금 대출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또한 2회 연속으로 최하위 등급(매우 미흡)을 받은 대학의 경우에는 퇴출에 이르게 된다.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 역시 비판에 직면했다. 우선 새롭게 도입된 평가지표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만 치중해 대학의 획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교연 이수연 연구원은 지난 1월 22일 발간된 ‘대학 구조조정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향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학사관리 영역만 획일적 평가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이는 소모적인 갈등과 분규만을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앙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은 평가지표에 맞춰 재수강 자격, 학점 부여 방식 등을 수정하려다 학생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학평가체제 역시 지방대학에 불리한 구조라는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김삼호 연구원은 “상식적으로 지방의 소규모 대학이 대학평가에서 수도권 주요대학을 앞설 수 있겠느냐”며 “이는 결국 차등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교연에서 진행한 모의 시뮬레이션 결과, 교육부의 평가지표에 맞춰 오는 2023년까지 정원 감축을 시행 할 경우 지방대학에서 전체 감축 인원의 63.6%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 결과 전체 사립대학 입학정원의 24.6%를 차지했던 서울 사립대학의 정원은 2023년 27.4%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룡 분회장은 “이는 한국 대학 전체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학교, 학내 구성원들 
반발에도 구조조정 진행
 ­ 우리학교 역시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본부(이하 본부)는 CK사업에 참여하며 오늘 2017년까지 입학정원의 7%를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캠퍼스재정기획과 관계자는 “CK사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며 “어차피 감축될 것이라면 재정 지원이라도 받기 위해 사업에 참여하자는 분위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본부에서 주관한 CK사업 공청회에서도 기초학문을 보호하라는 교수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교수회와 총학생회, 비정규교수노조 역시 일방적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은 아예 2016학년도 정원조정안의 수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부는 이 같은 반발에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교육부로부터 정원 감축을 전제로 한 지원을 받은 상태라 이제 와서 감축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민관 기자  left04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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