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도 처음 해보는 거다 보니…” 지난달 17일 학생대표자들과 진행된 기획처장 면담에서 최병호 기획처장이 한 말이다. 그로서는 서명절차 누락이라는 행정상의 실수가 벌어진 것에 대한 해명을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그 말은 중의적으로 이번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중요한 특징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 이런 등심위는 모두가 처음 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등심위는 일반적으로 등록금의 액수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잦았지만 그것은 인상과 동결, 그리고 인하 사이에서 도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등심위는 시작부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논쟁의 핵심은 기성회비의 징수 여부였다.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통합해서 걷자는 본부와 수업료는 걷되 기성회비는 대체법안 통과 이후에 논의하자는 학생위원들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방안은 찾으면 된다는 주장이 맞섰고 발등에 떨어진 불과 장기적인 전망이 맞섰다. 한쪽은 수업을 아예 못들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고, 다른 한쪽은 행정소송과 기자회견이라는 카드를 흔들었다. 팽팽한 줄다리기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맴돌았고, 결국은 표결이라는 간단하지만 그리 공평하지는 않은 결말에 다다랐다. 숫자로 이긴 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숫자로 진 쪽은 억울함을 삼켰다. 그렇게 문제는 해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갈등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등심위 회의록에 서명하는 절차가 빠졌다는 문제가 뒤늦게 부각되었다. 동시에 통합징수의 배경을 공지하는 방식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로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등심위라는 장 밖에서 벌어지는 2차전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숫자로 이긴 쪽은 상대가 별것도 아닌 걸로 꼬투리 잡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수는 맞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숫자로 진 쪽은 자신들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 더(보기에 따라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하냐”는 비난까지 오간 끝에 기획처장 면담은 끝이 났다. 뒤이은 실무자 협의에 따라 늦게나마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이렇게 힘들게 와야 하는 길이었을까?

  당연하게도 누구도 악의를 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겠다고, 혹은 상대를 비참하게 만들겠다고 등심위에 들어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나름의 당위성과 근거를 가지고 회의장에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정적인 토론과 협의의 순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가장 좋은 것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을 이루어내는 것이었으리라. 학생위원들의 입장에서 표결이 곧 패배를 의미했던 이번 등심위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고 결과는 표결로 정해졌다. 기왕 그렇게 되었다면, 통합징수 배경의 공지방식을 함께 논의하자는 약속이라도 지켜줬으면 어땠을까. 공문서에 맞지 않는 글이라고, 저들은 자기주장만 한다고 배제하지 말고 말이다. 숫자로 이겼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수결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번 등심위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김민관 기자  left04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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