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매우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왔지만, 통용되는 문화의 정의는 있다. ‘사회 구성원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되어 공유되는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문화는 ‘대학생이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공유하는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임호 기획위원은 대학문화를 “대학생들이 보여주는 가치, 의식, 활동 등을 포함하는 행위양식의 복합적 총체”라고 정의 내렸다. 대학생들이 만드는 모든 것이 ‘대학문화’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문화는 ‘대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활동’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학생들이 모여 진행하는 예술활동이나, 농촌학생연대활동(농활) 등이 그 예다. 부산시대학문화연합회 김상균 사무국장은 “대학문화는 대학생이라는 계층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즐길 수 있는 모든 분야”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대학문화는 공동체 성격을 가지고 대학생들이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대학문화’의 변화

언제부턴가 여러 언론과 단체에서 대학문화가 몰락했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최소 90년대, 이르면 80년대 후반부터 흘러나왔다. 이 경우 대학문화는 ‘공동체 문화’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목소리는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학문화의 회복은 20년째 답보 상태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더 이상 ‘공동체’로 대표되는 대학문화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 연구원은 “현재 상태에서 예전의 공동체 대학문화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이란 공간에서 이전의 대학문화를 유지할만한 조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대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김성윤 연구원은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던 저항과 창조의 정신이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학문화의 변화는 대학생들의 의식 변화와 함께 진행된다. 신지은(사회) 교수는 “현재 대학문화는 이념성보다는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학생들이 정말 필요해서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이라면 어느 것이라도 대학문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균 사무국장은 “취업을 위해 동아리에 가입하고,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등의 활동도 분명한 대학만의 문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경(생명과학 3) 씨는 “학생들이 스터디, 취업 동아리에 많이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대학문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대학문화’에 관해 묻자 응답이 나뉘었다. 허상, 무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대학문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술이나 동아리 같은 작은 공동체 위주로 대학문화를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참신한 비유를 들어 가며 대학문화를 설명한 학생도 있었다. 윤현미(영어교육 3) 씨는 대학문화를 ‘허상’이라 말하며 “실체가 있는 듯 따라가지만 정작 실질적인 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소현(식품영양 2) 씨는 대학문화를 날개에 빗대며 “어디로든 날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전의 대학문화가 가지고 있던 창조성과 고유성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전의 대학문화가 공동체, 사회 참여 위주였다면 현재의 대학문화는 개인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김성윤 연구원은 “현재의 대학문화는 상업문화, 대중문화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며 “창업동아리도 경영문화의 한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문화를 성급하게 가치판단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도 있었다. 신지은 교수는 “대학문화를 옳다, 나쁘다로 나누는 것은 결국 기성세대의 눈일 뿐”이라며 “직접 문화를 즐기는 대학생의 생각과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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