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환(중어중문) 교수

  학부강의를 하나만 하다 보니 이번 학기도 비교적 느긋하게 지나갔다. 교양과목이 인원 미달로 폐강되었다. ‘한시 감상’이었는데 20,000명의 학생 중에서 25명이 차지 않는다면 다시 개설할 명분도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보고 적어도 강좌명칭이라도 바꾸라고 조언한다.   

 
  지금 하고 있는 강의는 <주역(周易)>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내용이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전공학생들이어서 대체로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주역은 공자(孔子)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최소 2500년이 넘은 문헌이다. 만약 복희(伏羲)까지 올라간다면 여기에 수천 년을 더 보태야 한다. 왜 이토록 옛날의 어려운 책을 보는가? 휴대폰은 1년만 지나도 구닥다리가 된다. 
 
  주역은 흔히 천지간의 모든 이치를 쓸어 담은 책처럼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보다는 주역은 어려운 것을 쉽게, 복잡한 것을 간결하게 귀납하여 우리의 인생에 어려울 일도 복잡할 일도 없다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이 시각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지혜인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어디에도 내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그 틈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던히도 애를 쓴다. 세상이 원래 그렇게 복잡한가? 잠시 학교 뒷산을 올라 바깥세계를 보자. 찬란한 햇빛 아래 모든 생물이 활기에 넘치면서 유유자적한다. 왜 우리 인간은 이렇게 바쁘게 허덕이는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눈부신 과학문명은 매일 새로운 휴대폰, 자동차, 아파트 등으로 우리를 현혹시키며 유혹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만족보다는 더 큰 궁핍감에 빠지며 상대적인 욕심만을 키운다. 재벌들이 형제지간이나 심지어는 부모 자식 간에 법정에서 재산 싸움을 벌이는 이유도 이러한 욕심 때문이다.  
 
  주역에는 하나의 여자와 하나의 남자가 있다. 잘 보면 세상사 모두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빚어내는 현상들이다. 사회의 최소단위는 가정이고 가정은 한 쌍의 남녀로 이루어진다. 세상사는 이렇게 소박한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결국은 재물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들 때문에 평생을 갈등과 싸움에 휘말린다. 
 
  세월호의 참사는 듣는 것만으로도 울분을 삭이기 어렵다. 이제 막 피어나는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는 세상의 어떤 것도 보상이 되지 못한다. 이 참상을 보면서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 귀한 자녀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단지 우리의 몸뿐이다. 즉 먹고 사는 것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은 식량보다도 필요 없는 욕심을 줄이는 일이다. 
 
  올해 취업의 문도 거의 닫혀가는 것 같다. 졸업을 유예한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겁내지 말라. 세상은 나의 무대이고 나는 주역배우이며 따라서 나는 독자적인 연기를 한다. 회사의 입사를 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조연의 줄을 설 것인가? 남 따라 양복을 입는 것과 같은 흉내 내기를 던져버리면 넉넉하고 자유로운 인생이 보인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으로 태어났고 그래서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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