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다. 동래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출근하기 위해 두리발에 전화를 걸었다. 불통이었다. 예상한 대로다. 한 번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전화버튼을 10분은 누르고 있어야 한다. 겨우 연결이 됐지만 두리발은 오늘도 늦게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그를 두리발에 태우고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단단히 고정을 시켜도 흔들릴 위험이 있지만 운전기사는 그의 휠체어를 대충 고정시킨 채 출발했다. 그는 불안했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현실이 됐다. 난폭운전으로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 휠체어는 크게 흔들렸고 그는 어깨를 다치고 말았다. “어깨가 너무 아픕니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 보이네” 그는 운전기사의 말에 어깨의 고통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운전기사의 말이 이어졌다. “출발할까? 말까?” 그는 당황스러웠다. 운전기사는 그의 아픔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결국 경찰서로 갔다“. 이 정도 가지고 무슨 경찰서씩이나 가야돼”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미안하네요” 결국 경찰의 중재에 운전기사는 비꼬는 말투로 사과를 건네왔다.

 

두리발은 지난 2006년 도입된 휠체어 탑승 가능 콜택시다. 중증장애인과 일시적 휠체어 사용자 등 대중교통이나 일반택시를 이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교통약자들을 위해 도입됐다. 좋은 취지였지만 현재 △차량 부족 △불친절한 태도 △비싼 요금 등의 문제로 많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차량 부족으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차량 부족문제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 현재 운행되고 있는 두리발 수는 117대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산시 두리발의 필요 차량 수는 182대지만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빠르면 10분 만에올 때도 있지만 3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결국 포기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에 부산시청 도시교통과 최성우 담당자는 “증차를 한다고 해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비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바우처콜’이 존재해 부족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바우처콜은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콜택시로, 두리발의 부족한 차량 수를 보충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비휠체어 장애인의 경우에도 1, 2급 중증장애인은 두리발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은 “두리발을 이용하는 대상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증장애인만은 아니다”며 “바우처콜을 두리발의 법적 대수 산정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콜센터 직원과 운전기사의 불친절함 역시 큰 문제다. 일반인이 아닌 중증장애인을 상대하기에 더 큰 조심성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불친절하다. 동래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철이 소장은“ 휠체어 고정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과정 역시 주의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며 “사고가 발생해도 그들의 대처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담과정에서 두리발을 다른 곳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멋대로 똑같이 분류하고 배차해버린 것이다. 중증장애인은 그 때문에 추운 곳에서 원래 예정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에 콜센터 직원은 자신의 실수에 “죽을죄를 졌네요”라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사과를 했다. 상담원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중증장애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비싼 요금이 당연하다는 시 당국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콜택시는 일반 택시보다 낮은 요금으로 운행된다. 그렇지만 부산시에서 운행하는 두리발의 요금은 다른 지역보다 최소 2배 이상 높다. 10km 이하를 운행하는 경우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이를 넘어가면 몇 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시간할증과 시외로 갈 경우 지역 할증이 추가로 붙기에 그 요금이 만만치 않다. 부산보다 4배 정도 낮은 요금으로 운행되고 있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콜택시 담당자는 “공공의 목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금을 낮게 측정했다”고 밝혔다. 대구광역시의 경우에도 요금상한제를 둬 일정 금액 이상을 받지 않는다.

부산시는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다. 최성우 담당자는 “두리발이 비싼 요금인 것은 알고 있다”며“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사업이 아니기에 장거리 이동 시 많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일반적인 직장생활이 힘들어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소득이 많지 않은 그들에게 높은 요금은 부담이 되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그들의 입장

   
 
중증장애인들은 부산시에 차량 증편과 시 직영을 요구하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그들은 두리발이 아니면 이동할 수단이 없다. 노경수 소장은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시직영이 이루어져야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부산시의 책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이 소장은 “기사들의 불친절함과 높은 요금은 위탁 운영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하루 빨리 시에서 직영을 하여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최성우 담당자는 “시에서 직접 운영을 할 경우 현재 예산보다 2배가 더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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