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꼴통과 종북좌빨. 이들 용어처럼 우리사회의 이데올로기 갈등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용어가 또 있을까? 그런데 특정 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그 사회 시민의식의 성숙함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다. 이렇게 봤을 때 우리사회는 이데올로기를 둘러 싼 시민의식이 상당히 격하고 투쟁적이고 사생결단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왜 이리 극단적이고 원색적인 이데올로기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잘못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신념체계로, 어떤 믿음을 따름으로써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듯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믿음이라는 측면에서 과학이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대상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현 체제의 유지나 개선 아니면 개혁이나 타파를 추구한다. 이데올로기는 이상향에 대한 비과학적 희망이자 그 기대에 기초한 실천을 동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는 진리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데올로기는 상대적인 신념인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지위나 계층, 소유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추종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데올로기는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이며 상대적이라는 특징을 지닌 것인데, 이 말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다른 이데올로기에 비해 사회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과학적이고 더 우수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자기가 신봉하는 이데올로기가 다른 이의 이데올로기보다 더 나은 것도 아니고 더 바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데올로기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의 실체적 진실과는 다른 허위의식까지 전파한다. 이데올로기가 특정 사회 구성원의 이해관계만을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봉사하는데 활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우리사회는 이데올로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보수세력은 조중동 신문 - 조중동매 종편 - SNS 통제와 검열 – 교학사 역사교과서 발간 - 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화 추진 - 반공주의를 대체한 종북주의 강화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보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이데올로기 패권은 보수 진영이 쥐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은 보수에게 절대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데올로기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이데올로기는 공존이나 합의보다 갈등과 충돌에 더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독점적으로 영속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허위 의식을 양산하는 만큼 그에 대한 반대 진영의 대응도 거세지고 결국 양자 간의 갈등은 증폭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패권적 보수 이데올로기 지형에 대항하는 진보 이데올로기의 저항과 대응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 성과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지만 말이다. 진보진영은 보수신문과 종편, 그리고 반공과 종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기에는 자본의 열세뿐 아니라 분단 상황이라는 원초적 족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는 세계에 대한 신념을 토대로 실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사회구성원 간의 이데올로기 충돌은 불가피하다. 사회는 이데올로기 전쟁터인 것이다. 하지만 이데올로기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이데올로기 간의 선의의 경쟁과 타협 및 신사협정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사회가 이데올로기 전쟁과 무한분열로 인해 이데올로기 망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이데올로기에 대한 균형 잡힌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타인의 이데올로기보다 우수하다는 믿음은 근거 없고 위험하다. 이데올로기의 다양성과 공존성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이데올로기는 이성의 표현도 아니며 절대진리나 과학적 이해의 결과물도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이데올로기 간 의 견제와 균형이 요구된다. 특정 이데올로기의 패권과 장기집권은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고착화한다. 그런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넷째, 사회가 이데올로기로 분열되어 있다면, 그리고 특정 이데올로기에 의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과 충돌은 회피하기 어렵다. 이데올로기 간의 공정한 경쟁과 민주적 선택과정이 사회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진시원(일반사회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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