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향후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남성이 위험한 일(특히 군인)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기대수명도 여성보다 짧아 대부분의 사회는 본능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출생하고, 성비도 105:100 정도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여초현상은 자연적인 균형상태가 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생물은 물론 사회-사회학의 모태도 생물학이었다-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생존이다.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한다는 것이며, 이는 외부조건 변화에 대하여 내부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항상성이 깨어지면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작동할 수 있다. 예컨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자면 온난화라는 이상기온 현상 때문에 엘니뇨, 라니냐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전 지구적인 대기 순환을 통해 온도를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지구의 몸부림인 것이다. 그런데 간혹 지진과 함께 강력한 쓰나미를 일으키기도 한다. 쓰나미의 피해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엄청나다.

여초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여성의 숫자가 남성을 초과하게 된 동인과, 이후 예측되는 장기적인 대규모 사회변동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세심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여초를 유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남아 선호사상이 희석되어 딸 아들을 구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딸 둘을 낳으면 금메달, 딸 아들을 낳으면 은메달, 아들 딸을 낳으면 동메달이라고 한다.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다. 대를 이을 생각 없이 딸 하나만 둔 가정도 적지 않다. 아들은 결국 남(며느리)의 남자라며 내 집사람조차 고등학생인 아들과 벌써 마음정리를 하고 있다. 아들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둘째는 노령 여성 인구가 많아서이다. 한국사회는 2026년이면 국민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게 문제다. 1970년을 기준으로 고령화되고 있는 비율은 OECD 평균 1.6배다. 고령화가 매우 빨리 진행되었다는 일본이 3.6배였다. 우리는 4배다. 서구사회가 고령화로부터 초고령 사회로 변모하는 데 80년에서 150년 정도 걸렸다. 일본이 36년으로 세계기록이었는데, 우리는 26년으로 그 기록을 10년 단축할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빠른 이유는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5년 연속 출산율이 1.5명에 못 미치는 초저출산 국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1.19명에 그쳤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970년 2.76명에서 2011년 1.70명으로 1.06명 줄었지만 한국은 4.53명에서 1.24명으로 3.29명이나 하락했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2084년에 대한민국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750년에는 인구 0(zero)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인구변동이 반갑지 않은 까닭은 사회의 활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 4.6명에서 2030년 2.7명으로 줄어들고, 2050년에는 1.5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로 경제 성장률이 0.4~0.9%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은 여성들의 노동 참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다시 출산율 저하를 촉진한다.

그러므로 육아를 직장에서나 사회가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공동육아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만 한다. 가사노동에서 남편의 비중이 늘어야 함도 당연하다. 이와 더불어 여권이 신장되어야 하며, 직장 내 여성 지위도 더 높아져야 한다. 여성 노동자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2년 기준 기업이사회 내 비율 1%, 최고경영진 내 비율 2%로 이 수치는 유럽(17%, 10%),미국(15%, 14%)과 같은 성평등 국가는 물론 아시아 평균(6%, 8%)보다 훨씬 낮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다. 여성 중심의 사회가 되어 마초이즘이 저항의 성격으로 등장할 날을 발칙하게 상상해본다. 그런데 왜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걸까?

   
 이상기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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