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후 필자를 제일 흥분시키면서 동시에 두렵게 한 것은 새로운 언어(한국어)를 빠르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강심장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출발했다.

필자가 부산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국어를 가, 나, 다부터 배운 것은 성균관대학교 어학원에 있었던 1년간이었다. 첫 수업에서부터 한국어는 이제껏 익혀온 언어와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자 모양도 다르고, 발음도 정말 다르니 말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내내 “어떻게 하나? 한국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나?”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따라 하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절한 선생님들 덕분에 한국에 실력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터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언어를 잘 배우고 싶으면 ‘즐겁

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울 때 항상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신 서울을 답사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으며, 한국 사람들을 만나 한국어로 대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물론 한국영화를 볼 때 영어자막이 없이 봤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재미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한국의 매체들을 모국어 대신 한국어로 접하다 보니 한국어 듣기 실력이 늘었고,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이 쉬워졌다.

모름지기 언어를 배울 때는 언어 그 자체에만 신경 쓰기보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고유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학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언어권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어학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정작 필자가 1년 동안 지냈던 어학원에서는 한국인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성균관대학교 어학원에 등록한 외국인들을 더 많이 만났다. 그래서 어학원에 있을 때는 한국어에 비해 영어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때때로 이 점은 한국어 실력 향상에 도리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어학원 시절을 회상하면 학생들이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어렵더라도 영어를 쓰지 않고 한국어를 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 친구들과 사귀며 함께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즐기며 보내는 시간은 무엇보다 가장 좋은 한국어 연습이 되고, 또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필자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친구, 선배, 후배들과 재미있게 술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으며 공부도 같이 하는 것은 어학원에서 어학시험 준비를 했던 것만큼이나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필자가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언어를 배우면서 좋았던 점은 향상되는 언어실력뿐만 아니라 학습과정 자체에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외국어를 배울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즐겁게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생이든 외국인 유학생이든 배우고 싶은 외국어가 있다면 책으로만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말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친구들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라그바 오치 빌군(정치외교 석사 1)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