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이 시작된 지 14년이 흘렀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각종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북항과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재개발이 시작됐고, 강서구 일대에는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4개 사업의 총 사업비는 약 17조 원. 그러나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단 하나도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지만 각종 특혜·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업들, 이대로 괜찮을까?

 

허술한 타당성 조사, 수요 부풀리기까지

새로운 공공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가 있다. 바로‘ 타당성 조사’다.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에코델타시티는 사업 추진 전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부산시는 ‘사업 대상 부지가 노출되면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는 해명을 내놨다. 사업 추진이 시작된 이후 국토연구원을 통해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했으나 상세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 여건이 양호하고 입지 여건이 우수하며 수요가 충분하다’는 3페이지 분량의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을 뿐이다. 평가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부산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는 “국토연구원전문위원 중 부동산 시장 및 건설업체 종사자가 포함돼 있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요 예측이 부풀려진 경우도 있다.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는 2005년에 동부산관광단지 사업 규모를 결정하며 연간 9백만 명의 관광 수요를 예측했다. 2007년에 재산정한 관광수요 또한 연간 798만 명이었다. 이는 부산시에서 산정한 2011년 부산권 관광 총량의 20.22%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감사원의 예측은 달랐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용역을 통해 산정한 결과, 관광 수요는 연간 668만 명에 그쳤다. 감사원은‘ 연간 1백만~2백만 명 정도의 과다 예측이 관광 시설의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코델타시티 또한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성 분석에서 수요 조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소송 과정에서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기업님’을 위한 특별한 혜택

부풀려진 수요 예측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얻은 대형 개발 사업. 이들이 마주한 다음 단계는 ‘투자 유치 난항’이었다. 동부산관광단지만 해도 핵심 사업인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서 4차례나 협약이 뒤집어졌다. 지난 2006년 미국 MGM사와의 실시협약 파기 이후, 2008년 영국 서머스톤사, 2009년 두바이 알알리그룹과도 협약을 해지했으며 지난 6월에는 CJ그룹마저 실시협약을 파기한 것이다. 북항 재개발 사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2011년 SUTL사를 마리나 건설부문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후 3년간의 협상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산시는 ‘ 규제 완화’ 카드를 내밀었다. 수익성이 부족해 투자가 어렵다는 기업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지난 2009년 부산도시공사는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든 CJ그룹을 위해 50년간 무상으로 사업 부지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테마파크를 위한 도로도 건설해주기로 했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CJ와의 협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부산도시공사의 ‘규제 완화’는 계속됐다. 지난 7월, 새로운 투자 유치를 위해 숙박시설 건축물 높이 제한을 10층에서 12층으로 완화하고 쇼핑센터 등 건축 면적을 늘려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해운대구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조건부 면제해주기로 했다. 연간 수익률이 7.11%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민간 사업자가 수익금의 50%를 가져갈 수도 있다.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부지에 주거 시설을 포함시키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절차가 돼버렸다. 아파트 등 주거 시설 임대·매매가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한 사업으로 둔갑한 택지 개발 사업’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북항 재개발 지구의 중심부에 복합도심지구를 만들었고, 에코델타시티에는 7만여명이 거주할 주거시설 3만 호가 건설될 예정이다.

 

빚더미에 오른 부산 공기업

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할 만큼 이 사업이 주는 이익이 큰 것일까? 실상은 달랐다. 무리한 사업 추진과 사업 지연으로 공사채와 이자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해 부산 지역 공기업의 재무안전성만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부산도시공사의 부채 금액은 2조 3,856억 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부채 비율은 2006년 말 93.3%였으나, 북항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2009년 말 284%로 급격히 증가했다. 다음 달부터 에코델타시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 금융 부채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부산항만공사도 다르지 않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부산항만공사의 부채가 1조 5,424억 원(2013년 기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설립 당시 부채는 3,242억 원에 불과했으나 북항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2009년 1조 3,021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지급한 이자만 해도 750억 원이 넘는다. 하루에 2억 원가량을 이자로 내고 있는 꼴이다.

 

사업의 본질은 뒷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자체의 태도에 있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해야 할 지자체가 기업의 입맛에 맞는 사업 여건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단지 내에 주거시설이 입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에 주거시설 건설 계획을 포함시켰다.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국회와 주무부처에 관광진흥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결국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부산 공기업이 투자 예정자에게 끌려다닌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을위한’, ‘부산의 미래를 위한’이라던 개발 사업의 본 목적을 잊고 사업 성과를 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것이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측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자금 마련을 위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상업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이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원래 취지와 목적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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