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란?

지난 11일 ‘개정 도서정가제’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 모든 책의 할인율은 마일리지 등을 포함해 최대 15%를 넘지 못하게 된다. 신간에 한해 최대 19%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이는 출간 18개월이 지난 도서나 실용서, 초등학교 참고서 등은 얼마든지 할인해 팔 수 있게 허용하는 기존의 도서정가제와 달라지는 점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폭탄세일! 1만 종 반값! 90% 할인 + 1만원 상품권’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부터 대형 온라인 서점까지. 최근 들어 어느 서점을 가도 ‘마지막 세일’을 홍보하는 광고로 가득하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1주일가량 앞두고 서점들이 모두 할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개정 도서정가제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해 보인다.

끊이지 않는 찬반양론, 해답은 없나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치솟은 책값의 거품을 제거하고,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개정된 정책이지만,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은 여러 가지로 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를 통해 붕괴된 출판 유통과 출판 콘텐츠 다양성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다. A출판사의 김민정씨는 “출판 환경 개선으로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던 인문, 학술서 등의 출판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대형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마케팅을 따르지 않고 적정한 가격에 도서를 공급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서점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윤기수(대연동, 48) 씨는 “할인 폭이 축소되니 인터넷 서점에 대한 경쟁력이 생기고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지역 도서관과 공공기관에 도서를 납품할 기회도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은 “제대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왜곡된 책값, 무차별적인 할인 경쟁 등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소규모 서점을 운영하지만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금강서점을 운영하는 김승덕(해운대구 좌동, 52) 씨는 “동네 서점을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하는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형 온라인 서점의 경우 사은품 증정이나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을 통해 얼마든지 추가 할인이 가능한데, 이런 허점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들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고객상담팀 유현주 씨는 “법안의 취지상 온라인 서점 측에서 내세울 수 있는 대안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서비스 경쟁에서 차별화를 해야겠지만, 현재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된 상태라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도서관도 피해가지 못해

법 개정에 따라 도서관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 기관에 포함되면서 공공도서관과 대학 도서관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리학교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자료개발팀 전태경 씨는 “기존에는 매년 저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정해서 책을 구매하기 때문에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며 “이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 기관인데, 재정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아 구매 장서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줄어든 장서 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광역시 남구도서관 유미현 사서는 “도서관에서 과제나 공부를 위해 책을 많이 빌리는 대학생들이 누구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지난달 23일 도서정가제 시행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덕현(문헌정보) 교수는 “제도 자체의 취지는 좋으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출판 시장의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도서 유통 구조라는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좋은 책이 많이 출고되겠지만, 책이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아 가격이 상승한다. 따라서 공공 도서관 등에서 공적인 소비를 해 가격을 내려야 한다. 장 교수는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공적인 소비가 불가능하고, 결국 일반 시민들이 책 소비를 감당해야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끊어야 해결될 문제”라고 전했다.

   
오는 21일,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된다. 21일 이후로 모든 서점들은
도서 할인율을 15% 내로 정해야 한다
새 제도 시행과 함께 독서문화 및 출판 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출판연구소 이영미 연구원은 “독서를 외면하게 만드는 입시 제도, 지나치게 많은 출판사 수, 출판계의 전근대적 거래 관행 등을 개선하는 등 여러 방면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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