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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침묵은 인간의 멸종을 의미하는가?
  •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 승인 2014.11.29 22:44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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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가 장안의 화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여기저기서 문의가 오는 통에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해야 했다. 물리학자라고 모두 웜홀, 블랙홀에 정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 후반부에는 현란한 물리적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전반부에 핵심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는 많은 생물들이 번성했다가 멸종했다. 그 예로 25천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 기 대멸종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해양 생물의 98%, 육지 척추동물의 70%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인에 대해서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온실가스가 늘어나 평균온도가 6도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든 강과 호수의 물이 증발하여 말라붙는다.

인간이 이때 살았다면 멸종의 대열에 동참했을 거다. 사실 지구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대멸종이 몇 차례나 있었다. <인터스텔라>의 지구도 인간의 환경파괴와 전쟁, 새로운 병충해의 등장으로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우리를 버리는 순간 우리는 지구를 떠나거나 멸종해야 한다. 영화 속 웜홀은 분명 SF지만, 이런 설정 은 SF로 볼 수만은 없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진부한 용어다. 날씨가 좀 추워지면 무슨 지구온난화냐고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다. 페름기 대멸종은 평균온도 6도의 상승이 가져온 결과다. 이런 온도 변화는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몇 만 년에 걸쳐 일어났다. 지난 112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재 대기권에 존재하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지난 80만년 동안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더구나 19세기 산업화 시기를 기준으로 평균온도 2도 상승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량의 2/3를 이미 배출해 버렸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가면 2100년경에는 평균온도가 5도 올라갈 것이다. 2100년이면 86년 남았다. 우리의 잘못으로 후손들이 고통 받을 거란 얘기다.

이와 관련하여 경북대 황재찬 교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재미있는 지적을 했다. 지금까지 외계문명의 어떤 증거도 관측된 적이 없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지구이외의 장소에서 인류가 이룬 정도의 문명이 만들어지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수백억 개 있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관측된 것만 수천억 개 있다. 그런데 왜 우주에는 다른 문명의 증거가 하나도 없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생명이나 문명이 있더라도 완전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인간이 보낸 탐사선 가운데 가장 멀리 간 것이 이제야 태양계 끝에 도달했다. 이대로 10만 년(!)을 계속 더 진행해야 알파-센타우리라는 별 에 도착한다. 그러면 비로소 우주에 존재하는 1,000,000,000,000,000,000,000,000개 별 가운데 가장 가까이 있는 하나를 탐사한 것이다. 우주는 너무 광활하여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고립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전파를 보낼 수도 있지만, 거리가 워낙 멀다보니 엄청난 세기로 보내지 않으면 우주잡음에 묻혀버린다. 둘째, 문명이 있었으나 사라져 버렸을 가능성이다. 지구상 생명의 역사는 36억 년에 달하지만 현생인류의 역사는 20만 년에 불과하다.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 불과 5000년 만에 우리는 자멸(自滅)하기 충분한 과학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문명은 순식간에 일어나서 스스로 멸망하는 속성을 가진 걸까?

자멸이 어떤 모습으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겟돈의 전쟁일 수도 있고, 실험실에서 만든 치명적인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 종()이 남김없이 멸종되는 것은 우리가 살 수 없도록 지구환경이 변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남용하고 돌이킬 수 없게 환경을 파괴하는 동안, 우리 종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적어도 후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아는 한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지혜를 모아야하 는 우주적인 이유다.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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