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당 선본은 급히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선관위 또한 뒤늦게 중앙집행부의 사퇴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중선관위가 열리는 날인지 몰랐다’는 출마자의 해명과 ‘사퇴 날짜도 기재되지 않는 사퇴서’는 학생들의 의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당 선본과 중선관위에게는 ‘사소한’ 실수일지도 모르겠지만, 선거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사안의 무게감을 감지한 것은 학생뿐인 듯하다. 학생 대중과 대표자 간 간극은 너무나도 벌어져 있었다. 당일 저녁에 열렸던 2차 중선관위에서 나온 한 학생 대표자의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당시에는 사퇴하지 않아 동아리연합회 회장 신분이었으니까, 오히려 중선관위에 나온 것이 책임감 있는 것 아닌가요?”
총사퇴한 중행집행부의 대처도 안일할 따름이다.‘ 진정으로 책임 있는 모습은 남은 임기 두 달을 채우는 것보다는 1년 간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언제나 그랬듯 명분은 ‘학생 사회를 위해서’였다. 남은 임기 두 달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앞으로의 1년을 믿고 맡기라는 말인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해결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황 그대로를 보도하면 학생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한 학생 대표자의 말이었다. 학생 사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라면 ‘과정’은 필요 없고 ‘결과’만 남으면 된다는 것일까.
‘대학 사회의 위기’라는 틀 속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사건을 ‘별 일 아닌 일’로 치부하는 일부 학생 대표자의 모습은 학생 사회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관심 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자기 위로에 빠져있을 텐가. 자신들이 지닌 대표성을 온전히 이해한 채로 그 책임을 수행하길 기대하는 것은 일개 학생의 오지랖인 것일까.
멀어져 버린 학생 대중과 대표자 사이에서, 어쩌면 학생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