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상환 기준 책정… 강제 상환 의무 추가

   
지난 14일, 정문에서 부경대련 소속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다음 해부터 전격 도입 한다고 발표했다. 대출한 학자금을 졸업 후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을 때부터 상환하는 제도로 재학기간 중 이자 부담을 덜고 채무 불이행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시행방안’에 따르면 △비현실적 상환 기준 소득 △강제 상환 추가 △상환 기간 확대 등 당초 발표한 계획안과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실제 대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대폭 감소되었고 오히려 부담을 더 주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환 기준 소득,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제도의 핵심은 ‘취업 이후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면 상환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환을 시작하는 소득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7월 발표에서 ‘최저 생계비 및 대졸초임 등을 감안해 소득 기준을 책정하겠다’라고 했지만 시행방안에서 기준 소득은 ‘연간 1500만원’으로 대졸 초임(2270만원)은 물론 4인 가족 최저생계비(1596만원)에도 못 미친다.
 

  강영진(응용화학공 03, 휴학) 씨는 “연간 1500만원 소득이면 한 달에 100만원 조금 넘는 소득”이라며 “이러한 최소한의 임금을 받을 때부터 상환을 시작한다면 일반적 생활을 영위하는데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부경대련 성정림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이나 인턴으로 돈을 벌자마자 상환을 시작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며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소득 기준은 2500만원~3000만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등록금 문제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등록금넷 조민경 간사는 “상환을 시작하는 소득 기준인 1500만원은 턱없이 낮은 기준으로 졸업 후에도 학생들에게 막중함 부담을 안겨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4년 이후부터 ‘강제 상환’
  정부는 대출자가 졸업 이후 15년이 지나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소득 조사를 실시하고 상환 계획을 제출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행방안에서는 상환 시점을 ‘졸업 후 3년 까지’로 축소했다. 이후 1년이 지나도 상환을 시작하지 않을 경우 보증인을 세우고 해마다 정기적으로 강제 상환을 해야 한다.

 
  정부는 대출자가 졸업 이후 15년이 지나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소득 조사를 실시하고 상환 계획을 제출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행방안에서는 상환 시점을 ‘졸업 후 3년 까지’로 축소했다. 이후 1년이 지나도 상환을 시작하지 않을 경우 보증인을 세우고 해마다 정기적으로 강제 상환을 해야 한다.

    윤정민(국어국문 2) 씨는 “기존의 제도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정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정해놓은 시점부터 강제 상환을 시작한다는 것은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재정을 쉽게 관리하기 위함이며 현재 어려운 청년 실업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진보신당 장경국 정책부장은 “취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강제상환을 시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생연합 이원기(통계 4) 의장은 “3년 안에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정한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행안에서는 상환기간이 최대 25년에서 무제한으로 확대되었고 ‘상환기간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채무를 탕감한다’는 내용이 빠졌다. 이는 정부가 모든 상환금을 회수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 모색해야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이 지적되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는 비현실적이며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이 지적되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는 비현실적이며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교육비에 대한 지원을 늘이기 보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확고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정경국 정책부장은 “새로운 제도의 경우 등록금 인상에 관한 정책이 있기 보다는 기존 장학 혜택을 축소한다는 내용도 있다”이라며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대학 등록금 문제는 일 년에 4조원만 투자하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등록금 상한제 도입’ 등이 개선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는 매년 일정한 등록금 인상률을 법으로 규제하는 제도이다. 등록금넷 조민경 간사는 “해마다 폭등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규제하는 ‘등록금 상한제’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병행되어야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소득연계 후불제 법안을 발의했다. ‘등록금 소득연계 후불제’란 등록금을 국가가 대납하고 졸업 후에 소득과 연계해 이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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