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가 사과 쥬스를 사 마시러 간다는 것>의 홍준성(철학 2) 수상소감 

당연한 말이지만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패러디했다. 철학도 중에 안 그런 놈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 역시 이 세상에 딱히 좋은 감정이 없기에 자조와 조소와 냉소와 풍자를 하고 싶었고, 거기에 박태원이 보여준 구보 씨의 발걸음은 아주 좋은 형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말을 쓰지 못했다. 구보 씨처럼 내 소설에서도 철학도가 사과 주스를 사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좋은 철학을 해야겠다’ 따위의 말을 패러디 하는 것으로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도저히 그렇게 안 적혔다. 일단 ‘좋은 철학’이란 게 뭔지 모르겠고, 두 번 째로는 마치 그것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거라 여기는 스스로의 비겁을 현학(衒學)으로 치장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전자의 이유에선 지도 뭔지도 모를 말을 적는다는 점에서 거짓말이 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엔 너무 암울했다. 구라뻥은 철학에서도 충분히 많이 치고 다녔기 때문에 구태여 그것을 문학판에서까지 해야 될 필요성을 못 느꼈고, 또한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 역시 이미 철학에서 너무 많이 접해 와서 지겨웠다. 그래서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그냥 미완작으로 출품했다. 미완인데도 용케도 뽑혔다고 생각한다. 그저 운이 좋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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