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평범한 가정집 뒷마당에 우리 문화재가 있다. 러시아의 허름한 시골 여관 옆 한켠에도 우리 문화재가 있다. 외딴 나라 어딘가에 대한민국의 문화재들이 있다. 너무 오랫동안 찾지 않은 탓에 우리 문화재들은 그곳이 마치 자신들의 자리인 줄 알고 착각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문화재가 약 17만 개이다.

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누군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취재를 위해 포털 사이트에 ‘문화재 환수 단체’를 검색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한 단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은 체계적으로 구성된 홈페이지와 안내 표시에 신뢰가 가서 취재처로서 미리 눈독을 들여놓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환수한 문화재가 없기 때문에 말씀드릴 부분이 없네요’라는 말뿐이었다. 할 수 없이 다음에 눈에 띈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공지사항을 살펴보니 활동한 지 꽤 오래돼 보였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호기롭게 문화재를 되찾겠다고 나선 이들이 왜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민단체는 활자 그대로 시민들의 힘에 의해 구성되고 활동하는 곳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유지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국가 차원의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 없이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다. 때문인지 취재 당시 한 문화재 환수 시민단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 시민단체가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은 어렵다”고 자조 섞인 어투로 말했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외교적인 마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수 운동을 벌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 결과 지난 2012년에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금까지 환수한 국외문화재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잠시 다른 나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집트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범정부적 문화재 반환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재위원회를 구성하고 약탈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그 결과 소중한 문화재 3만여 점을 돌려받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나아가 25개 피해국들과 함께 유네스코 협약 개정을 노력하는 등 문화재 환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 그럼 이제 누가 해외에 떠돌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아올 것인가. 위인전 속에 등장하는 나폴레옹, 이순신 장군과 같은 영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평화를 수호하는 정의의 용사라도 나타나야 하는 것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평범한 관심이다. 누군가의 특별하고도 유별난 참여와 행동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정부의 힘을 더해 국제적인 문화재 반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누군가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의 관심이 모여야 하는 것이다. 두 눈으로 어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우리들이 직접 지켜봐야 한다.

이제는 한반도 밖이 자신의 자리인 줄 알았던 우리 문화재를 깨워야 할 때다. 세계 곳곳에서 잠자고 있을 우리 문화재를 위한 알람을 맞춰보자.

   
 박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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