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영화 <소리굽쇠>

 

 

끊이지 않는 비극

너와 나의 무관심을 노래해줘

이 노래를 부탁해

침묵으로 얻은 평화

또 망각을 위한 망각을 노래해줘

- 영화 <소리굽쇠> 주제곡 중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할머니들의 주름 가득한 손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갔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해방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조선족이 된 귀임(이옥희 분)과 그 손녀 향옥(조안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국에서 홀로 70여 년을 살았던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일제강점기,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간 귀임은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 고통받는다. 견디고 견뎌 전쟁은 끝났지만, 그녀는 귀국하지 못하고 평생을 중국 땅에서 살게 된다. 그러한 할머니의 유일한 희망인 손녀딸 향옥. 향옥은 할머니를 고국 땅으로 모시고 가겠다는 희망을 안고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지만, 그녀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소리굽쇠’는 한쪽을 울리면 다른 한쪽도 똑같은 음을 내며 공명하는 음향 측정기구로, 피아노 조율이나 음향실험에 사용된다. 영화 속에서는 역사적 비극으로 시작된 고통이 7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대물림된 또 다른 아픔과 공명하고 있음을 뜻한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원자폭탄, 국제결혼, 실향민, 조선족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것들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다양한 문제를 한 영화에서 다루다보니 초반에 중심이 됐던 ‘위안부’ 문제가 후반으로 갈수록 희미해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끝까지 할머니들의 인생 자체를 함께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임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일본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역사는 청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라는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배우부터 제작진, 주제곡, 여러 후원자들까지 모두 할머니들에 대한 염원을 담은 마음이 모인 것이다. 추상록 감독은 “단순히 아픈 과거를 증언하고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영화의 제작의도를 밝혔다. 영화 <소리굽쇠>는 ‘위안부’에 대한 최초의 극영화로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귀임할머니가 손녀 향옥에게 울먹이며 하는 말이 관객의 마음을 때린다. ‘옥아, 듣고 있니?’ 그 순간 관객들은 그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 깨닫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임을. 아직도 소리굽쇠는 울리고 있다. 이제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최근 다양성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도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부대신문이 좋은 다양성 영화를 선정해 10회에 걸쳐서 소개한다.

-⑦영화<소리굽쇠>

노래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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