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교통수단이다

 

   

 

 

‘자출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자전거로 출퇴근·통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낯선 말일지도 모르지만, 부산에서 자출족 찾기는 어렵지 않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의 <2013년 교통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평일 오전 7시부터 8시, 오후 6시부터 7시까지의 자전거 교통량은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토요일보다 평일 출퇴근 시간의 자전거 교통량이 많을 정도다.

 

   자전거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부산에서 자전거 타는 일은 쉽지가 않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의 정책이 ‘레저용’ 자전거 정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의 2013년 교통조사에 따르면 세대별 자전거 보유 비율이 20.6%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5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표와는 달리 자전거를 포함한 이륜차의 교통 수송 부담률은 3.0%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자전거 사고도 늘고 있다. 2011년 220건이던 자전거 사고 건수는 2013년 376건으로 53.3%나 증가했다(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 위험에 노출된 도심 속 자전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마음 놓고 달릴 도로가 없다

시민들은 자전거를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자전거 도로 부족(48.4%)’을 꼽았다. ‘자전거 도로 단절’을 꼽은 시민도 12.8%나 됐다. 실제로 현재 부산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자전거 전용 도로의 길이가 84.15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수영강, 낙동강 등 강변 주변에 설치돼 있어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의 길이도 327.19km에 불과하다. 보행자 겸용 도로의 경우 일반 보행자와 함께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로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노점상, 각종 설치물이 늘어서 있어 안전상의 위험도 매우 크다. 우리학교 자전거 동호회 회원 허동율(토목공 2) 씨는 “도로가 울퉁불퉁하거나 패여 있는데 피하지 못하면 100% 사고로 이어진다”며 “도로에 가로등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하다”고 밝혔다.

   
 학교 인근에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노면이 울퉁불퉁해 자전거 도로로 적합하지 않다

자전거는 차도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로 다녀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전거가 차도 위를 달리게 되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눈초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재훈(기계공 3) 씨는 “차량 운전자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위협적으로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전 상의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도로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통수단간 연계도 안 돼

대중교통과 연계가 되지 않는 부분도 큰 문제점이다. 지난 2009년 이후 부산도시철도는 전 호선에서 자전거의 도시철도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단,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자전거를 휴대한 경우에는 승강장에 자전거 모양의 픽토그램이 부착되어 있는 전동차의 양 끝 칸에서만 탑승할 수 있다. 자전거-버스 간 연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 자전거와 대중교통간의 제한적인 연계 정책 때문에 자전거 이용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송태순(연지동, 61) 씨는 “손자들에게 자전거를 사줬는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자전거를 가지고 멀리 갈 수도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부산 교통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자전거를 이용한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환승하지 않는 경우가 86.3%로 집계된 것이다. 부산시가 우리학교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긴 교통조사 분석 보고서에서는 ‘대중교통 수단과의 환승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개발 및 시행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 

   
 보관대가 무방비 상태로 길거리에 노출돼 있어 도난과 파손 위험이 크다

무방비로 노출된 ‘내 자전거’

자전거를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현재 부산시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는 총 856개소. 그러나 이중 66.7%는 대중교통 인근에 설치돼 있었다. 대중교통 수단과 연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오히려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자전거 보관대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렵다. 아파트나 공공기관 주변에는 25.2%, 학교 도서관 주변에는 단 8%의 보관대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보관대가 거리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도난과 파손의 위험성도 높다. 자전거는 바퀴와 몸통이 분리되기 때문에 거치대에 자물쇠 하나만 연결하는 부산시의 보관대는 도난 위험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인근 김해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캐비닛형 무인 자전거 보관소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3개 경전철역에 설치된 이 보관소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전송받은 후 열고 닫기 때문에 도난 위험성이 매우 적다. 강기훈(건축 4) 씨는 “요즘 자전거들은 가격대가 높은데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다”며 “부산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난 위험성이 적은 거치대를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전거 정책은 강변을 따라 흐른다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에 따라 부산시도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 도로 확충 △공공 자전거 운영 △시민 자전거 안전 교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수영강, 낙동강 등 강변 주위에만 위치해 있는 것은 물론, 부산시에서 이용가능한 공공자전거 300대도 모두 해운대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무료 자전거 대여소 또한 낙동강, 온천천 등 강변 인근에만 11개소 설치되어있을 뿐이다. 결국 자전거를 생활 교통 수단이 아니라 레저용 도구로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부산시청 교통정책과 권영정 주무관은 “해운대 신시가지 등 새롭게 정비되고 있는 지역에는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시내 도로가 협소하다 보니 기존에 있던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시에서도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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