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현장르포

 

   

‘자출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자전거로 출퇴근·통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낯선 말일지도 모르지만, 부산에서 자출족 찾기는 어렵지 않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의 <2013년 교통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평일 오전 7시부터 8시, 오후 6시부터 7시까지의 자전거 교통량은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토요일보다 평일 출퇴근 시간의 자전거 교통량이 많을 정도다.

부산시는 시 당국이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시행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부대신문이 만난 자전거 이용자들은 사뭇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 과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일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자전거도로 취재에 나섰던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부산시의 자전거 도로, 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자전거 이용자들이 똑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일과 6일, 부대신문 기자가 직접 우리학교 인근 자전거 도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사람과 차, 자전거가 뒤섞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우리학교 인근을 지나는 유일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도시철도 부산대역 2번 출구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보도 블록의 색상으로 구분돼 있을 뿐, 울타리나 나무 등으로 공간이 명확하게 분리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자전거도로 위를 지나다니고, 자전거는 보행자를 피해 보행자 도로 위를 지나는 모습을 너무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자전거 이용자 ㄱ(구서동, 46) 씨는 “자전거 도로이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다”며“ 차와 사람을 피하려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보행자 겸용 도로 위에 불법 주차된 차량도 많았다. 보행자 통로에 차가 주차된 경우에는 보행자들이 자전거 도로 위를 지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좁은 공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힐 뻔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발생했다.

자전거 도로 자체도 자전거 이용에 적합하지 않았다.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자동차와는 다르게 바퀴가 두 개뿐이기 때문에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무게 중심을 잃기 쉽다. 그러나 해당 도로에는 가로수 화단, 맨홀 뚜껑이 설치되어 있었고 깨진 보도블록도 방치돼 있었다. 도로 표면도 울퉁불퉁해 자전거 주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 운전자에게도, 보행자에게도 위험해 보였다.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찾아갔다. 도시철도 부산대역~장전역 사이를 지나는 온천천은 우리학교 인근에 위치한 유일한 자전거 전용도로다.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러 나온 시민들, 출퇴근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인도에 사용되는 일반 보도블록이 아니라서 도로의 요철은 확실히 적었다. 맨홀 등 장애물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 역시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았다. 도로 사이에 지압용 보도 블록이 깔려 있지만 단차(턱)의 높이가 낮아 일반 보행자도 스스럼없이 지나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온천천에서 주로 자전거를 탄다는 곽민지(디자인 3) 씨는 “길이 나누어져 있는데도 무시하고 자전거 길로 걷는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전했다. 결국 온천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또한 사실상 자전거 ‘전용’도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스팔트가 깨지고 홈이 파인 모습을 도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차체가 가벼운 자전거에게 큰 충격을 가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왼쪽)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고 각종 장애물이 많아 자전거-보행자 간 충돌 위험이 높다(오른쪽)

자전거도로 없는 우리학교 앞

부산대역에서 우리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험난했다. 우리학교 정문 앞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일반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자동차에 떠밀려 자전거가 지나갈 틈이 없었다. 자전거가 지나야 할 도로 외곽 부분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길을 막고 있었고, 교차로에서 방향을 우회할 때도 자전거를 무시하는 자동차 운전자들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도로 결손도 심각한 상태였다. 도로 외곽 곳곳에서 패여 있는 홈이 발견됐고 도로 포장이 깨진 경우도 있었다.

학내 구성원이 많이 지나다니는 문창회관 쪽문 주변도 위험했다. 도로 외곽을 따라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사람들은 도로 한가운데를 걸어 다녔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자동차가 한 도로에 뒤섞여 있는 상황이었다. 정민진(신문방송 3) 씨는 “우리학교 인근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는 데다가 차량과 사람이 많아서 자전거 타기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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