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 측은 서울특별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동대문구청이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공공기숙사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자 경희대 측이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이다. 이제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법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숙사 건립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임대업자들의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경희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희대학교 대학주보 권오은 편집장

 경희대 서울캠퍼스 공공기숙사 건축인·허가 문제가‘ 행정심판’까지 내몰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움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법적 절차 없이는 이 문제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공기숙사는 지난 2012년 6월 국책사업에 경희대가 선정됨에 따라 추진됐다. 우선 남녀 각 100명 정도가 입사하는 행복기숙사가 지어졌다. 이어서 926명을 수용하는 공공기숙사도 신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 설명회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날 설명회는 공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약 10분간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설명하던 도중 임대업 주민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며 “그래서 학교는 기숙사 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민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지나 이야기하라”고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 설명회 다 경희대랑 짜고 치는 것 아니냐”, “넌 돈 얼마나 받아먹었어”와 같은 비방과 욕설까지 쏟아내다 집단 퇴장했고, 설명회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임대업자들은 ‘발전협의회’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기숙사로 인해 발생하는 회기동지역 하숙 및 자취 공실(空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런 주장은 지난 4월에 경희대가 주민을 상대로 공청회를 진행하는 자리에서도 등장했고, 하루아침에 ‘기숙사’는 인근 임대업자의 생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몇 가지 수치만 짚어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14학년도 1학기 기준 경희대 서울캠퍼스 재학생수는 18,560명이다. 현재 경희대에 있는 기숙사를 모두 합쳐도 수용인원은 총 1,354명이다. 공공기숙사가 신축돼 수용 인원이 926명 더 늘어난다고 해도 기숙사 수용률은 12.3%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연세대학교(21.6%)나 성균관대학교(21.6%)와 비교할 때 턱없는 낮다. 뿐만 아니라 전체 재학생 중 서울거주 학생 7,218명을 제외한 11,342명은 기숙사 및 임대주택의 잠재적 수용자인 상황이다. 2014학년도 1학기 기숙사 평균 입사경쟁률은 3.5:1에 이르렀다.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신축기숙사가 지어져도 약 2,400여 명은 입사경쟁에서 탈락하게 되는 것이 현재 경희대의 사정이다. 그럼에도 임대업자들은 공실의 이유를 낙후된 시설과 비싼 가격 탓이 아닌‘ 경희대가 기숙사를 지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임대업자들이 발목을 잡았던 ‘환경영향평가’가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통과되면서 문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축인·허가를 담당하는 동대문구청에서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허가 반려를 결정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학생들은 지난 9월에 1인 시위를 진행했고, 3,480명의 공동민원을 동대문구청 건축과에 접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청은 여전히 주민들의 민원도 중요하다는 주장만 거듭했다. 다시 학생들은 지난달 ‘기숙사 버스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청장이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당사를 항의방문 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10월 14일 학교-구청-임대업자 간 논의도 무산됐다. 결국 학교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24일 SPACE21 건설사업단은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공공기숙사 인·허가를 촉구하는 행정심판을 접수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미뤄왔던 최후의 수단까지 꺼내든 것이다.

행정심판에는 평균 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에는 기숙사를 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숙사 착공이 지연됨에 따라, 손해도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기숙사 건설사업비로 책정된 220억 원 중 약 37%에 해당하는 81억 4,300만 원이 사학진흥재단에서 3.96% 이율로 대출해준 금액이다. 이에 따라 매년 1억 2,000여 만 원의 이자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6월 사업에 선정된 이후 벌써 이자손해만 2억 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공사기간과 사용승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손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이 늦어지면서, 학생의 돈으로 손해를 메꾸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생의 주거권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만큼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와중에 학교가 학교 땅에, 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짓는 것이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인지, 아니면 주민들의 님비(NIMBY)에 불과한지 판단은 ‘상식’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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