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조경) 교수

   학교에 들어서면 목서 향기가 온 캠퍼스에 진동한다. 마치 캠퍼스 전체에 황홀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향수를 잔뜩 뿌려놓은 것 같다. 밀양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자에 주어지는 무형의 자산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우리학교에 근무하면서 부산캠퍼스를 찾는 일은 많지 않다. 근무지가 밀양캠퍼스이기에 기껏해야 한 달에 두어 번 찾게 된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유발하게 되는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늘 장전동 입구를 들어설 때면 수많은 분주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부터 답답함을 느끼고, 복잡한 도로를 지나 도착한 학교 정문에서는 마치 잡아먹히는 듯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엄청난 위압감에 늘 숨이 막힌다. 아주 오랜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나에게도 이런 분위기는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내가 밀양캠퍼스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본다. 헌데 이곳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공의 자극들을 갈망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 같은데, 주말이나 휴일, 방학이면 이 캠퍼스는 너무나 고요해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다 편안한 도시로 떠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많은 유명대학들이 입지한 마을 중에는 해당 대학교 및 이와 관련한 몇몇 시설들 외에는 이렇다 할 시설이 거의 없는 이른바 대학도시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 잠시 있었던 버지니아 테크에서 살던 집에서는 이맘때쯤 집 거실에 앉아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수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엄청난 선물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것 자체가 모든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학교가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외진 시골이다보니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년에 두어 번 밖에 없는 그곳의 학생들 또한 이러한 환경을 즐기고 있었는데, 주말이면 인근 운동장과 산, 하천에서 각자 여유롭게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여가활용의 차이는 아마도 어린 시절을 살아온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되지 않나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에 도시에 사는 인구가 90%를 넘었으며 아파트에 사는 인구의 비율이 60%에 육박한다. 여기에 더해 엄청난 학구열(?)로 인해 학창시절은 집과 학교 외에 학원을 오가며 늘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어렸을 적 삶의 패턴을 자율이 보장된 대학에 들어왔다고 해서 바뀐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주위를 좀 더 즐기고자 한다면, 각종 디지털 정보와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잠시 거리를 둔다면 보다 풍부한 주변을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후투티, 솔부엉이, 황조롱이, 반딧불이 그리고 파랑새 등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야생동물들이 늘 주변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계절별로 바뀌는 꽃의 향연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대학 캠퍼스이다. 물론 이곳 밀양캠퍼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으나 부산캠퍼스와 양산캠퍼스 모두 다르지 않으리라. 디지털 화면을 잠시 뒤로하고 열린 공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여유를 나 자신에게 허락한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내 옆에 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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