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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가 잊은 항쟁, 역사 속의 10월 16일을 돌아보다'1979년 10월 16일 10시 도서관으로!'
  • 오나연 기자
  • 승인 2014.10.14 18:13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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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취재와 자료수집을 바탕으로 재구성 됐습니다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둔 10월 15일, 오전에 뿌려졌던 유인물을 두고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유신체제에 대한 반대시위를 주도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뿌려진 것이다. 그러나 몇몇 학우들만이 참여했을 뿐, 실패를 직감한 주동자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면서 시위는 실패로 돌아갔다.

  “광민아, 지금 경찰이 쫙 깔렸는데 되겠나”
  “아이다, 지금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시 부산대는 안된다’며 패배감에 젖었다. 하지만 정광민(당시 경제 2)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이 아니면 정말 때가 없다고 생각했다. 광민은 그때부터 뜻이 맞는 경제학과, 경영학과 친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답답한 시국을 보며 자주 분개했던 탓에 ‘열혈청년’으로 이름났던 그의 진의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일은 척척 풀렸다. 유인문을 인쇄하는데 필요한 등사기도 구해졌고, 마침 친한 친구인 도걸이네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여서 줄판도 쉽게 손에 넣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여행을 떠나 집도 비워진 상태였다.
 
  ‘아무리 때가 좋아도, 그 얌전한 아들이 따라 나올 리가 있겠나’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지만, 광민은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온순하고 공부에만 열심인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할리 만무했다. 난생 처음 만들어본 유인물까지 밤을 지새운 보람도 없이 흐릿하고 보기에도 안 좋았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동이 텄다. 밤새워 만든 유인물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향했다. 기본적인 계획은 인문사회관(지금의 제1사범관)에서 경제학과 학생들이 듣는 2교시 ‘화폐금융론’ 강의 직전에 강의실로 뛰어 들어가 유인물을 나눠주고 학우들을 선동하는 것이었다.
 
  ‘야는 10시가 다돼가는데 왜 코빼기도 안보이노….’ 광민은 상과대학(지금의 자연과학관) 앞 벤치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를 눈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라도 일을 해내야겠다는 심정으로 강의실로 향했다. 그때였다. “니 태언이 아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태언과 마주쳤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태언은 순순히 강의실로 함께 향했다.
 
  “여러분, 때가 왔습니다! 나가서 피 흘려 싸웁시다!” 준비한 연설도 없었다. 그저 울분에 찬 목소리로 그동안 쌓아온 불만을 표출했다. 순간 광민은 두 눈을 의심했다. 처음엔 우왕좌왕하던 학생들이 하나 둘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광민을 따라 상과대학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주변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놀라서 창문을 열어봤다. 곳곳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광민은 몇 명이나 모였는지 셀 수 조차 없었다. “독재타도! 유신철폐!” 광민은 수백 명은 됨직한 학우들과 구호를 외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는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민은 도서관 열람실까지 돌며 학우들에게 함께 일어나자고 호소했다.
 
  “…우리 모두 분연히 진리와 자유의 횃불을 밝혀야만 하네!” 선언문의 마지막 문구까지 모두 읽어내리는 순간, 광민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것도 잠시, 곁에 있던 태언을 비롯한 경제과 친구들은 “니 역할은 끝났다. 가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끼다”라며 광민의 등을 떠밀었다. 태언은 입고 입던 교련복까지 벗어줬다. 광민은 생각지도 못했던 피신길에 올라야만 했다.
 
  “광민아. 조심하고 단디 숨어있어라”

 

  도서관 옆 담을 넘는 광민에게 친구들이 당부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광민은 자신이 내기 시작한 저항의 목소리가 유신체제 종식의 시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나연 기자  ab2927@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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